더 나은 수업을 향해
고전시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모르는 단어 투성이인 데다 단어를 알아도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 가려고 마음먹었지만, 어느새 졸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려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런 다음 시의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과 그 속에서 화자가 느끼는 정서와 태도를 파악해 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선은 단어를 암기할 시간을 주고 퀴즈를 내고, 또 이 과정을 되풀이했다. 단어를 모르면 문장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답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여러 번 퀴즈를 돌렸는데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것이다. 대답을 잘하는 몇몇 아이들 외에는 아무래도 이 과정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매 수업마다 단어 퀴즈를 내서 암기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만 어려워도, 조금만 귀찮아도 그만둬 버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거다. 그 아이들 자체가 문제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읽었던 <10대를 위한 교과서 문해력> 책에서 글쓴이는 학습 코칭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이끌어내었다고 한다. 1:1의 만남과 경청이 필요하고, 또 이것은 지속적이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꺼번에 여러 아이들을 만나고, 마음 같아서는 한 명 한 명 물어보고 답변을 듣고 피드백을 해 주고 싶지만, 기다리고 있을 다른 아이들에게 그건 실례다. 이 상황과 조건 속에서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방학 보충 수업 때는 아이들에게 계속 노트에 적기를 시켰다. 일일이 대답을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피드백은 다 못해 주더라도 적게는 해야겠다 싶어서 한 일이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지금은 떠오르는 획기적인 방도가 없으니, 우선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해 나가자. 아이들이 졸더라도 깨워가면서 해 보자. 한 가지라도 얻어가도록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별해서 중요한 것은 특별히 더 강조를 하고 반복을 하자. 수업 시간 끄트머리에 복습을 시키자.
이렇게 마음을 다잡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시켜도 하는 학생이 있고, 안 하는 학생이 있겠지만. 시켜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구절의 의미를 알아맞혀 보기이다. 그 구절이 무슨 뜻일까 생각하고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꾸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맞추는 확률이 올라가 있지 않을까. 중세국어의 어휘에도 익숙해지고, 문장에도 익숙해지면 점점 더 잘 맞추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 봐야겠다. 조급한 마음에 나 혼자 달리지 말고. 그게 더 힘겨울 수도 있지만, 학생들과 함께 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