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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Aug 20. 2024

교사의 욕심

적당히 욕심부리자.

 피곤하다. 눕고 싶다. 이걸 왜 하는 거지? 재미없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표정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럴 수도 있다. 공부는 재미없는 거니까. 


 그런 아이들에게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면  비웃을 게 뻔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그런데 실제로 공부가 재미있는 거라면? 우리가 아직도 공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거라면? 


 파고들어서 집요하게 매달리는 게 재미있을 때가 있다. 수업을 하기 위해 교재 연구를 하면서 이건 왜일까 하고 탐구로 넘어가는 때가 있다. 굳이 이걸 수업시간에 써먹지 않아도 되는데, 그 순간이 즐겁고 답을 찾으면 더 즐거운 그런 순간이 있는 거다. 그게 공부가 재미있을 때다. 


 그런데 이렇게 되려면 커다란 관문을 지나야 한다. 재미없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 그 과정이 없이 이런 순간은 잘 오지 않는다. 


 공부가 탐구가 되면 공부는 즐겁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모험을 하게 되니까 그렇다. 모험은 흥미진진하지 않나. 내가 모르는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부는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매일 해 왔던 똑같은 것이며,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어 보이지만 억지로 해야만 하는 그것, 그런데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있는 그 무엇이다. 


  지금 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며, 세상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그저 버티는 시간이다. 선생님 눈치 보며 졸고, 딴짓하고, 그냥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란다. 한 번씩 선생님이 와서 어깨를 두드리거나 이름을 부르면 잠깐 하는 척만 하고 다시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간다. 


 그 아이의 세상은 지금 여기가 아니다. 저 너머에 있다. 몸은 여기에 있으나 마음과 생각은 저 너머에 가 있다. 현실감이 없는 거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쉬는 시간이 되면 현실로 돌아온다. 옆에 있는 친구와 매점의 간식이나 혹은 노트북으로. 


 그래도 나는 그 아이의 영혼을 바라봐 주고 싶다. 그래도 너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것을 떠나서 그냥 존재 자체로 귀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공부도 때로는 재미있는 거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재미있게 공부하고 실력도 향상되면 얼마나 좋겠나. 지루하고 힘든 구간을 지나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공부를 안 해도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 공부의 맛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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