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Aug 06. 2024

누군가에게 부리는 욕심

과연 정당한가

 어디까지 욕심을 부려야 할까. 나 자신에게 욕심을 부리는 건 괜찮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어제 수업 중에 심통이 났었다. 나도 내 기분이 왜 그런지 당시엔 몰랐지만, 오늘 출근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심통을 부렸다는 걸. 보충수업이 끝나가고 이 여름보충 수업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나 마음이 조급해졌다. 슬로리딩 수업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과연 그 취지에 맞게 해 왔는지 모르겠는 거다. 마음이 바빠졌다. 뭐라도 가져가게 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어졌다. 


 자기 확신이 있어야 남을 설득할 수도 있고, 영업도 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내 자리를 잘 찾아와서 앉아 있었는데, 어떤 가족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이 자리 맡냐고 묻는 거다. 내 핸드폰을 열어서 숫자를 확인해 보니 좌석번호가 맞아서 맞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차량 번호가 아닌 거 아니냐고 또 묻는 거다. 그래서 헉, 차량을 잘 못 탔나 싶어서 짐을 챙기려고 하는 순간 큰딸이 저희 맞게 탔어요.라고 말하는 거다. 그러고 나서 그 엄마의 다른 가족들이 이 차량이 아니라고 손짓하며 부르고, 엄마는 죄송하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 일을 겪으며 나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확신하지 않는데 다른 누구에게 그걸 권할 수 있겠나. 나부터 확신해야 가능한 일인데. 내 말에 힘이 없다는 생각은 그동안 쭉 있어왔는데, 그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또 한 가지는 내가 잘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좋은 점이다. 어느 때나 내가 옳다고 우기기 시작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난다. 많은 때에 나는 그랬다. 내가 옳다고, 내 생각이 맞다고 우긴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상충되는 것이 아닌가. 자기 확신이 있으면서 동시에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마음을 열어 놓는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자기 확신이 부족한 탓에 내 소신대로 학생들에게도 밀어붙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면서도 욕심을 내어서 학생들이 내 수업의 결과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욕심을 어느 만큼 내야 할까. 내 아이들에게도, 내 학생들에게도. 


 적당한 지점은 대체 어디인 걸까. 마냥 내버려 두기도 그렇고 간섭하기도 그렇고. <넛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슬쩍 건드리는 정도로만 하는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 기술을 더 연마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지금 슬로리딩 수업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