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가다듬자.
요 며칠 피곤하고 처진다. 새로 운동을 시작해서일까. 운동을 너무 안 하니 건강이 걱정이 되어서 집 근처의 운동센터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저녁에 운동하러 가는 길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안 하던 짓을 해서인지 몸이 힘든가 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하는데, 내 정신 상태 때문에 힘든 것일까, 내 육체가 힘들어서 정신까지 힘든 것일까. 원인이 무엇일까.
지금 월세집에서 이사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나도 모르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을까. 남편은 요새 잠을 설친다고 했다. 걱정거리가 있어도 매일 꿀잠을 자는 나와 다르게 남편은 스트레스가 있으면 잠을 잘 못 잔다. 세상 튼튼하게 생겨서는 마음이 섬세하고 난리다. 세상 연약하게 생긴 나는 마음이 강철 같아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고. ㅎㅎ
처져 있기에는 인생이 아까운데, 어서 이 마음을 바꾸고자 또 브런치를 열었다. 고마운 브런치. 신기하게도 이렇게 글을 적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우니 또 적게 된다. 적으면서 밀려오는 부끄러움도 기꺼이 감당할 만큼 좋은 것이다.
온 세상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내 작은 마음을 열어서 내 안의 환한 빛을 온 세상에 비추어 본다. 내가 지금 상상하는 이미지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이 온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고 어느새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상상을 해 본다. 아픈 부분은 톡톡 다독이고, 예쁜 부분은 엄지 척해 주고 슬프고 외로운 부분은 포근하게 안아주고.
온 세상을 따뜻하고 환한 이미지로 가득 채우면 내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이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은 많이 있다. 이렇게 손가락만 움직이고서도 온 세상을 향해 긍정적 에너지를 보낼 수도 있지 않은가.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와 보니,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얼굴은 퍼석하다. 쉬고 싶지만, 오늘도 할 일이 많다. 둘째가 등교하며 내는 짜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달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업무 처리를 하고, 저녁에 운동을 가야 한다.
그래도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머리가 조금 아파도 이 모든 일을 나는 다 해낼 수 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잠자리가 있다. 씻고 누우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잠이 든다. 얼마나 좋은가.
다행인 건 이 모든 일에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해내면 된다. 때론 잘하고, 때론 잘 못하기도 하면서. 잘 못 하게 되면 죄송하다고 하고 다시 하면 되지.
내일 오후엔 봐 두었던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잘 보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 생각을 하니 또 머리가 아프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우리 가족은 잘 적응을 할 거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으니까. 마음에도 자꾸 기름칠을 해야 하나 보다. 유연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