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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Oct 17. 2024

다시 감사로

정신이 번쩍

 얼마 전 연예인 최강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손해 볼 것 감수하고서도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이면 가까이 지낸다고 말했다. 


 최근에 직장에서 서러움을 여러 번 느꼈었다. 저 사람은 정규직이라서 추가 업무를 하지 않고, 나는 계약직이라서 군소리 없이 추가 업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또 내년 재계약에 대한 불안함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올해의 계약도 내년에 연장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불안함과 서러움이 몰려왔다.


 자꾸 한숨이 나오고, 몸이 피곤하고, 일도 하기가 싫었다. 조금만 새로운 업무가 추가가 되면 서러운 생각이 밀려왔고, 짜증이 났다.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직업과 이 직장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내 능력이 부족한 듯한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이 직장은 나에게 좋은 직장이 맞을까. 더 나은 곳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쯤 되면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산스러웠다. 자꾸 한숨은 쉬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게도. 누가 한숨 소리를 듣고 싶겠나. 힘 빠지게. 그런데 저절로 나오는 걸 어쩌나. 아휴.


 호구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은 그렇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 나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귀결되었다. 감사가 없었다. 불만이 가득했다. 


 최강희가 말한 것처럼, 나에게 가치 있는 일에는 마땅히 호구가 되어야 한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나를 지키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나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다. 그래서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고 그랬나. 


 기버,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기쁨으로 손해 보기를 자처한다는 뜻이다.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나는 줄곧 이 직장에 감사한 마음이 있었고, 학생들을 좋아했고, 나의 직장 생활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일은 힘들고 곤란하고 피곤한 때가 있어도, 감사가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다. 보람 있었다. 나에게 가치 있는 일에 남보다 조금 더 희생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지키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세상 모두가 나의 적이 되었다. 모두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그건 사실이 아닌데 말이다. 


 기꺼이 내어주는 삶.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이해하고 품어주고, 그래서 그 영혼이 잘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다. 한동안 그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시 감사로 시작하자.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 즐거움도 고통도 감사하게 여기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자. 나와 함께 해 주는 여러 사람들과 현재의 시간을 누리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미소를 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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