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데~
나는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했다. 그것 또한 나의 선택이고 나의 결정이었다. 아프지만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아야 나에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돌아보기도 싫은 기억들이지만, 남편에게도 나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었고, 상사에게도 감정쓰레기통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감정형인 사람이고, 자신의 권력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남편은 지금은 달라졌다. 하지만 상사는 여전하다.)
남편이 예고 없이 불같은 화를 쏟아내면 나는 우선 깜짝 놀라고 공포스러워졌다. 그러면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사과를 하거나 그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비굴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굴욕감을 느낀다. 때로는 거짓말도 한다. 그 거짓말 때문에 나중에 또 불같은 화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 순간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는 것이다. 나중에 이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남편은 다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당연한 일인가.
그리고 나면 나는 복수를 한다. 어느 날 쌓아두었던 부정적 감정들이 치고 올라와 목놓아 울고 소리를 지르고 난장을 부린다. 떠나겠다고 협박도 한다. 몰래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남편은 당황해하며 내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그의 사과를 듣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남편은 나의 고통에 대해서는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담과 치료 등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고, 분노하지 않고 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나의 이전 상사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듯하다.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 나는 몇 년 전 그에게 일을 배우기 위해 그의 기분을 맞춰 주려고 노력하며 온갖 일을 배웠다. 나는 10년 넘게 공백이 있었고 학교 시스템은 많은 것이 변화해서 배울 것이 많았다. 그는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지만 자기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퉁명스러웠고, 급한 상황에서도 나의 처지를 살펴 주지 않았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윗사람에게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랫사람에게만 하는 행동이다. 그땐 그걸 몰랐다.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그땐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지만, 과연 그 방법밖에는 없었을까. 그에게 맞춰주지 않았다면 더 고생을 했을 거다. 윗사람은 그에게 배우라고 지시를 내렸고, 내가 그 일을 혼자 해내기 위해서는 골머리를 써야 했을 테니까. 그래도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나 자신은 지킬 수 있었을까. 그땐 다른 방법이 있는지 몰랐다. 고생하기 싫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나도 지난해 옆의 새내기 선생님에게(나이는 나보다 많았지만) 갑질을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 선생님은 내 편이 아니었고 뒤에서는 나를 함께 비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분도 나와 비슷한 입장이어서 나에게 밖에 물어볼 사람이 없고, 그래서 내 기분을 맞춰 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분노가 쌓였을 것이고.
지금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이번엔 과거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쉽게 미움받을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은 그 사람에게, 아니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걸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 이 세상에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나뿐이다. 내가 나를 좋아해 주고 챙겨줘야 한다.
오늘부터 말해보자.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