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야 하는 이유

꿈꾸는 사람

by 글향기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끝에 타인의 손끝이 닿아 있다.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나답게 살려고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으려고 애쓰기 시작한 가장 처음 동기에는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힘들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뭐라고 그땐 그랬는지..) 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도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지만, 지금도 역시 그 무엇도 아니다.


나 자신의 불행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는 게 힘겨웠다. 그 말은 즉 그들이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도와주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나 또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고, 나 또한 잘못된 신념에 갇혀 이리저리 방황하는 못난 영혼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졌고,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지금 어떻지?


힘겨운 일이다.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시작된 나 찾기 여행은 드문 드문 길을 잃었고, 방향도 잃고 표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길을 찾고 방향을 찾아 돌아오면 또 힘겹고 짜증이 난다. 그래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확고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배워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리라는 목표. 특히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주리라는 목표다.


20대부터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 목표는 언제나 내 가슴을 울린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 안에는 이름 붙여지지 못한 수많은 감정이 있고, 어떤 학생들은 나보다 더 많은 색깔의 감정들이 있어서 까다롭고 예민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냐고? 하는 게 없다. 나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내 발은 땅에 디디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언제나 꿈을 꾸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길 소망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한 아이는 학교 근처 편의점 앞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담배를 피워 적발되었고, 어떤 아이는 장난치다가 교실에 불을 낼 뻔했으며, 어떤 아이는 그날따라 짜증이 나서 옆 친구와 싸움을 벌였다.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다.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그 아이의 영혼을 보면 가엾다. 따뜻하게 말을 한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 소용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따뜻한 작은 미소 하나가, 작은 토닥거림이, 작은 눈빛 한 조각이 그 아이의 영혼에 닿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게 싹을 틔우고 줄기가 자라고 꽃을 피우고 언젠가 열매를 맺으리라.


나의 이상은 저 너머에 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현실에 있지 않다. 내가 그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따뜻함은 저 미래의 어딘가에 잎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가득한 멋진 아름드리나무에 닿아 있다.


귀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는 말은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의 영향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수많은 말과 글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향기 없는 꽃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파고들어야 한다. 나도 잘 되고 싶지만,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내가 파고든 깊이만큼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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