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되는 일이 없어도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 "되는 일이 없다."라고 말하곤 한다. 속상하고 짜증 나고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세상은 세상 나름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 세상 속에 살면서 나도 내가 원하는 바가 있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해 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별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우연찮게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열이 받고 속상한 것일까.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세상은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주인공이고 세상은 그런 나를 서포트해 주는 존재라서, 온 세상이 나를 떠받치고 나를 위해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이 내 뜻대로 안 풀리면 그렇게도 화가 나는 걸까.
세상에 맞서 싸워보려고 해도 내가 이길 수가 없다. 때로 세상은 영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란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문득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것처럼 느끼는 때는 내 마음대로, 혹은 나조차도 몰랐던 내가 원하는 뜻대로 세상 일이 돌아갈 때이다.
그저 그 사람이 거기에 있고, 그 세상도 거기에 있다. 나도 여기에 있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다. 그러다가 만나기도 하고 엮이기도 하고. 그걸 알아차리는 때는 감정이 작동하는 때이다.
누군가를 만나도 어떤 느낌이 들고, 세상을 경험하는 때에도 어떤 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마이클 A. 싱어나 단다파니의 글을 보면 감정은 일종의 에너지이다. 에너지가 이동하고 에너지가 부딪치고, 에너지가 폭발하고, 에너지가 억압된다.
가장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는 에너지가 막힘없이 흘러가는 상태이다. 그래서 나의 이런 감정도 가두지 말고 흘려보내고 또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 또 흘려보내고..
그래서 오늘 유난히 일이 안 풀리는 것 같아서 속상한 나의 감정을 이렇게 흘려보내려고 한다. 속상함과 짜증도 나의 소중한 감정이니 따뜻하게 봐주자.
나는 온 세상을 품어 본 사람이니까. 하하하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온 세상을 마음에 품은 듯 상상하고 온 세상을 위해 기도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 시간에도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기도로 조금이나마 편안해지길 행복해지길 기도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포근한 눈 밭에서 잠이 든 여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