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면

바쁘다 안 그래도 바쁜데

by 글향기

대학원 수업을 듣고 일하고 가정을 돌보고 있는 나는 예전에 내가 꿈꾸던 모습이었다. 그랬다. 언젠가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공부도 할 거야. 그랬더니 친구는 그걸 어떻게 다 하려고 그래? 그런 말을 했었다. 그래서 난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데..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러고 있다. 놀라운 일 아닌가.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하고 한참을 육아만 하고 집에 있었는데, 어느덧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있다. 이러려고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 소망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엔 깜짝 놀라고 신기했었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치고 힘든 일이 찾아오니까 내가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분명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대로는 하고 있다는 거다. 맞다. 난 언제나 이기적이었으니까. 항상 내가 먼저였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그렇게나 발버둥 쳐 왔지만, 여전히 난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이제는 그걸 숨기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여전히 날 괴롭히는 건 내가 이기적이어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호주로 유학을 갔을 때에도 나는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나만 고생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젤 편한 거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을 때, 참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눈치가 없다 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여동생은 내가 참 미웠을 거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혹시 지금도 내가 그러고 있는 건 아닌지. 남편은 아직 일을 구하지 못했고, 나는 다행히 일을 하고 있으나, 언제나 계약직이고, 그래서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건 혹시 나만을 위한 건 아닌지.

지혜롭고 현명한 결정은 누가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내게 남은 생을 알뜰하게 살다가 가고 싶다. 낭비하고 싶지가 않다.


오늘 아침 문득 나의 죽음을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이렇게 아등바등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부질없는 일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세상에 멸망하기 전에도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하던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나의 마지막을 떠올리면 지금 내가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무엇에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장난을 치고 손을 잡아 보자.


장난은 하나님이 만드신 놀라운 창조물인 듯하다. 장난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그 생각으로 웃음이 실실 났다. 늘 장난칠 생각으로 바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일찍 죽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들은 매일 동심으로 돌아가는데 말이다. 동심을 잃어버려서 그런가.


장난을 치고 헤헤 웃고 그러다가 박장대소를 하고. 이 한 세상 잘 놀다가 가면 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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