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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10. 2023

다육이도 살아 있고,

나도 살아 있다.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하트 다육이를 보니, 나의 귀차니즘과 미루는 습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자가 되려면 미루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데,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 저 다육이에게 물을 좀 줘야겠다. 이름도 예쁜 하트 다육이. 홍페페 염좌?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식물은 목이 말라도 말이 없다. 그냥 기다릴 뿐이다. 만약 대자연 속 흙에서 자란다면 자연이 주는 그대로 받아먹고 잘 살아갔을 것인데, 하필이면, 내 책상 위 화분 속에 담겨서 고생이 말이 아니다. 이 아이의 운명은 남편이 결정한 것이다. 사실 애정이 담긴 다육이인데, 나에게 와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고양이들은 물이 없으면 물 달라고 울기라도 한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우리집 고양이들을 보면, 울음으로 몸짓으로 표현을 하긴 하더라. 지나가다 본 광고에서 고양이에게 267(?)가지의 표정이 있다고 하던데, 도저히 나는 알 수가 없다. 늘 같은 표정인 것 같은데, 나에겐 267가지의 표정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할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자동차를 운전해도 확실히 느리다. 나는 하나님의 은혜 아래 운전하며 다니고 있다. 초보도 아니면서 늘 초보같이 운전하고, 속도는 느려서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눈치 없게 운전하느라 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 그런데 참 안 고쳐진다. 좁은 길은 이제 좀 잘 가는데, 다른 차들과 함께 달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마이 웨이다. 


 내 사주에는 정인이 없고, 편인이 2개 있다. 정인이나 편인이나 나를 도와주는 편이 있다는 것이니, 좋은 것인데, 그 중 편인은 좀 삐딱하다. 정인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길을 간다면, 편인은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다. 그래서 내가 그런가보다. 비상식적인 사고가 더 많다. 


 남과 다른 것은 창의적이 될 수도 있는데, 과연 나는 창의성을 얼마나 발휘하고 있을까. 


 내가 어떻든간에, 나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급기야는 지압슬리퍼를 신고 있다. 예전에는 끔찍하게 여기던 아저씨들이 신는 신발이었는데, 이제 내가 그걸 신고 있다니. 건강 때문이다.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요새는 든다. 자꾸 아프고, 여기서 더 아플까 봐 걱정이 된다. 일에 욕심을 부리다가도 이러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닌가 하고 자제하게 된다. 벌써 꺾일 때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인생이 꺾이는 때인 것 같다. 도전하기보다는 안전한 걸 택하게 되는 시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사주 팔자를 공부해서 그런가. 나의 그릇의 크기를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만 멈추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좀더, 하다가 이제 그만 으로 바뀐다. 그러다가 또 언제 어딘가에 꽂혀서 막 달릴 지도 모르지만. 


 착하게 살려고 애썼고, -그러다가 병을 얻었다.- 열심히 살려고 애썼다. 이제는? 좀 못되게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게으르고 악한 나의 본성대로. 독한 말을 쏘아붙여서 사람들 마음에 비수를 팍팍 꽂는 나의 본성대로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엊저녁에는 그 생각에 빠져 있다가 겨우 나왔다.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 내가 잘 살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자존심 세워가며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은 평화다. 나도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해야겠다. 욕을 먹더라도. 우리 가족들은 다 자기 앞길을 잘 헤쳐 나갈 거다. 다 멋진 사람들이다. 나는 내 인생의 다른 부분은 양보하고 타협한다 쳐도, 공부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조용히 하지 뭐. 아무도 모르게. 히히


 공부하면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나올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어쩌나.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그냥 해 봐야겠다. 내 마음가는 대로. 이제 더이상 고민하지 않겠다. 표내지 말고 조용히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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