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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09. 2023

글쓰기의 가치

오늘도 썼답니다.

 비트차는 심장에 좋고, 연근차도 심장에 좋다. 그리고 빨대 사용은 입술의 주름을 늘린다. 왠만하면 컵으로 마시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엔 후루룩 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마시자. 내 주위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는 내가 치우자. 거울을 한 번씩 쳐다보고 내 얼굴과 표정을 확인하자. 가능하면 씨익 웃어보자. 눈까지 웃어 보자. 너무 꽉꽉 물건을 채우지 말고 여백을 두자. 숨 쉴 공간을 만들어 두자. 


 지금 내 책상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다. 직장 내의 나만의 공간. 물론 위로는 완전히 뚫려 있고, 조금만 상체를 들면 맞은편 사람이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이는 그런 공간이지만, 소중한 내 공간이다. 여기에서 나는 오늘도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오늘도 즐겁게 살아야지 하고 글을 쓴다. 글쓰기는 나에게 상담자이며, 친구이며, 치유자이며, 위로자이다. 왜 꼭 손으로 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동작이 남보다 조금 느린 나는 글로 쓰는 것이 늘 힘들었다. 조금만 쓰면 글씨가 날라간다. 체력이 약하다. 집중력은 있으나, 지구력이 약하다. 오전에는 그나마 에너지가 있는데 오후 넘어가면 힘이 든다. 저녁 8시부터 졸립기 시작한다. 물론 8시에 자는 일은 없다. 이것 저것 하고 나면 늘 11시, 12시다.


 그러나 내 몸은 저녁 8시에 잠들길 원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자면 낮의 생활이 좀 나아질까? 나를 위해서는 일찍 자는 게 좋겠지만, 그러면 가족들과 이야기도 못 나누고 하루가 끝나버린다. 그래서는 안 되지 않나. 아이들과도 지나가면서라도 이야기 나누고-싸우더라도 말이다.- 남편과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건 참 행복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삶은 좀 그래야 하지 않나. 그래서 나는 내 체력을 바짝 태워가며 늦은 시간에 잠을 잔다. 누군가에겐 이른 시간일 수도 있는데.


 컴퓨터로 일기를 쓰자고 생각한 순간부터 자유가 찾아왔다. 손으로 쓰는 것보다는 감성(?)이 덜 하겠지만,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손도 덜 아프고, 아니, 안 아프다. 아픈 줄도 모르겠다. 글 쓰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뭔가 잔뜩 적고 나면 홀가분하고 편안하다. 물론 내용에 따라 편안치 않을 때도 있긴 하다. 그래도 쓰면서 해소되는 게 더 크다. 


 또 직접적으로 피드백은 없지만, 글을 공개로 하니, 뭔가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알 수 없는 누군가와 글을 통해 만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영혼이 만나고 있는 중이 아닐까. 그래서 글쓰기는 나의 사회적 지경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보이지 않는 지경이다. 


 때로는 내가 쓴 글이 무척 마음에 드는 때도 있다. 아주 간혹이지만. 그러면 또 그 결과물이 기분이 좋다. 성취감도 있고, 자존감도 올라간다. 이걸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명예와 돈을 엄청 바랐던 나인데도, 이 성취감이 참 좋다. 내가 조금씩 글쓰기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참 좋다.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는 것이다. 돈 나오는 일 아닌 영역에서는 지구력이 약한 내가 이걸 10일 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참 놀랍고 신기하다. 그건 재미가 있어서일 거다. 


 누군가에게는 명상이 힘이 되고, 나에게는 이 글쓰기가 힘이 된다. 오로지 나를 바라봐주는 시간, 글쓰기가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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