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Feb 19. 2024

거짓말과 구설수

올해 구설수가 있긴 했다

 누군가의 거짓말로 인해 던져진 부메랑이 여러 사람을 때려 맞추고 지나갔다. 아니 가고 있다 지금도. 그냥 작은 거짓말이었는데, 그래서 그냥 내가 눈감고 모른 척하고 지나가기로 했는데, 아랫사람인 나는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의 거짓말이 어떤 사람들을 타고 타고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되어 돌아왔다. 그 거짓말을 태운 과정의 여러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그들은 상처받았다. 


 왕따와 사소한 괴롭힘을 당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구설수에 오른 적은 없었다. 나에 대한 소문이 돌고 돌아도 사실 나에게까지 잘 오지 않을 정도로 나는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친구가 별로 없었다. 내 친구도 소문을 잘 몰랐을 거고. 그래서 그렇게 상처받을 일도 많지 않았다. 한참 지난 후에 나이가 좀 들고 나서 철이 들고 눈치도 생기니까 그때 일이 다시 생각나면서 아, 그때 내가 당한 게 왕따였구나 깨달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잘 몰랐다. 잘 몰랐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근데 그때는 그게 뭔지 왜 내가 기분이 안 좋은지 몰랐다가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바보같지만 그랬다. 몰라서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문이 나에게까지 왔다. 내가 좋아하던 동료가 어렵게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왜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까칠하게 대하는지 이유가 분명했다. 그런데 그 이유의 기반은 거짓말이었다. 사실이 아닌 정보에 근거한 미움을 내가 당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을 동료에게 이야기해주었고, 동료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마음까지 나에게 오진 않았다. 이미 그도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현재 자기네들의 불리한 상황에 대한 원망과 불평을 어딘가에 쏟고 싶은데, 그게 나였던 것 같다. 여럿이서 내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한동안 해 왔을 걸 생각하니, 열이 받았다. 


 이번 일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렇게 억울한 상황이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다시 그 잘못을 안 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건 단순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에게는 어떤 변명도 설명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네들의 불리한 상황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나만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내가 미움의 대상이 되기에 적합했나보다. 


 안 좋은 소리 안 들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친절하게 살아왔는데, 온갖 저주가 나에게 퍼부어졌을 걸 생각하니 아찔했다. 하지만 어디서 들은 말이 있다. 저주를 해도 저주를 당하는 사람이 그만한 잘못을 하면 그 저주를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저주는 저주한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지금은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 저주가 다 나에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내가 바르게 살아야겠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착한 마음을 먹고 따뜻하게 친절하게 대하고,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나도 남을 대접하자. 내가 잘 못하는 일들이 수만가지가 되지만, 몇 개 안 되는 잘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그거다.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냥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다. 눈물나게도.


 이 아픔과 상처를 내 마음 어딘가에 꾹꾹 눌러담아 구석에 처박아 두지 말고 잘 흘려보내야 할텐데. 이 글을 쓰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명상록으로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