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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Mar 07. 2024

마음이 약한 사람이 잘 사는 방법

부지런을 떨자

 마음이 약한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음이 여리다고 고상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화가 난다. 나의 마음 상태를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어렵고 힘든 것일까. 그 이유가 나의 마음이, 타고난 상태가, 약하게 태어난 거라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처음 사주를 공부하고 내 사주를 분석해 보았을 때 좌절하고 화가 났던 것처럼, 여전히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화가 난다. 어쩌면 평생 이 과정을 반복하다가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며칠째 점심을 혼자 먹고 있다. 작년에 함께 했던 여러 선생님들이 다른 학교로 이동했고, 나는 남았다. 새로운 선생님들이 대거 들어왔고, 대부분이 20대 젊은 선생님들이다. 내가 하는 업무로 봐서나 나이로 봐서나 나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위쪽에 끼기도 어색하고, 아래쪽에 끼기도 어색해서 그냥 혼자 밥을 먹고 있다. 혼자 밥을 먹을 때마다 현재 나의 현실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다행히 급식이 맛있어서 맛있게 먹다보면 잊어먹기도 하지만, 또 다 먹고 내 자리로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다. 

 

 이 학교에 온 첫 해에는 혼자가 어렵지 않았다. 당연히 혼자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작년에는 내 나이 또래의 선생님들과 여럿이서 함께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수다를 떨고 하는 일들이 익숙해져 버렸나보다. 빈 자리가 너무 크다. 혼자 남은 나는 할 말도 없다. 그 분들이 이동하고 싶어서 이동한 게 아닌 걸 알기 때문에 그저 미안할 뿐이다. 그리고 혼자 쓸쓸해하고 있다. 쓸쓸해하는 것조차 미안해하면서.


 쉬고 있는 남편 눈치 보느라 아이들 신경쓰느라 가정의 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학교 오면 정신없게 바쁘고, 더이상은 내가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문득 이 쓸쓸한 느낌이 사무쳐서 나를 힘들게 한다. 


 어제 본 유튜브 핑계고에서 양세찬이 아파트404 프로그램을 찍을 때 형들하고도 어울리기가 애매하고 동생들하고도 애매해서 자기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던데, 무척 공감을 했다. 나하고 똑같구나 하면서. 


 또 담임을 하지 않고 대신 업무를 많이 받았는데, 그것도 새로 담임 된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또 마음이 괴롭다. 작년에 그 분들은 담임을 안 했으니까 올해 담임 해도 되는 건데, 왜 나는 이렇게 미안한가. 미안한 게 아니라 괜히 눈치가 보인다. 너만 편하겠구나 하면서 나를 째려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마냥 편하지 않은데.. 그럼 당신이 나 대신 기피업무 할래요? 따져묻고 싶을 때도 있다. 그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괜히 미안해하고 혼자 원망을 한다. 물론 담임을 안 해서 편한 건 분명히 있다. 너무 좋다. 수업하고 일만 신경쓰면 되니까. 좋아서 더 미안한가보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자주 마음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보다 마음이 약한 만큼 남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남보다 머리가 안 되면 남보다 더 많은 시간 집중해서 공부를 하는 것처럼. 내가 남보다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인정하고 그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 이제 그만 남과 같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걸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과 에너지가 좀 걸린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나면 이제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내가 즐거워지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야 한다.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연구해서 찾아 들어야 한다. 시간을 내어 나를 웃게 하는 방송을 시청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냥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 아무리 다짐해도 풍선에 바람 빠지듯이 기운이 빠져 버린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그때뿐이다. 잠시는 가능할지 모르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겠나.


 그래서 작년에 일부러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뿐 아니라 자기 이야기도 하게 되고 평소에 잘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뭘 굳이 애쓰지 않아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았는데 이제 독서모임도 끝났고, 새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 좀 된다. 


 내가 좋아하는 방송은 예능이다. 보고 있으면 즐겁고 실컷 웃고나면 시원해진다. 챙겨 봐야 하는데, 일찍 잠들면 못 보고 지나쳐서 아쉽다. 이것도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요즘 악동뮤지션 노래가 좋다. 원래도 좋아했는데, 일부러 챙겨서 들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음악 듣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없지만 딸에게 만들어달라고 해 봐야겠다. 안 해 줄 수도 있다. 그럼 하는 수 없이 내가 만들어야 하는데..이 영역은 자신이 없다.


 좋아하는 일은 사주 공부하는 일인데, 남편 눈치보느라 잘 못하고 있다. 남편은 내가 성경 읽기를 바라지 사주 공부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나를 참아주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남편이 힘든 때니까 좀 배려를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또 나도 요즘은 바쁘고 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잠시 중단 상태이다. 


 그냥 나를 인정하고 애를 쓰자. 나를 돌아보고 나를 즐겁게 해 주자.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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