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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May 17. 2024

유학, 이민을 꿈꾸는 이유

자녀교육

 얼마 전 연예인 정형돈의 가족이 하와이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형돈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그동안 그 아내에 대한 악플이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실 하와이에서의 생활은 정형돈이 원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대학 때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호주에서의 1년 남짓한 생활은 나를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영어 실력의 향상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나의 단단한 벽이 깨지는 경험을 한 것이 더 좋았다. 수업에 대한 생각도 호주의 어학원 수업 때문에 많이 도전을 받았었다. 이런 교육 방식이라니.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점점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기 아이들은 이런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차이가 너무 나는 거다. 


 주입식 교육은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다. 꼭 필요하기도 하고 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수업이 주입식 교육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수업 시간 토론을 벌이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리고 그런 토론이 편안한 수업이 되려면 대부분의 수업에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그렇게 토론 수업을 많이 하다보면, 지식의 양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토론을 하려면 어느정도의 지식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학교 현실에서 토론 수업은 대단히 어렵다. 미미한 토론의 효과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비효율적이다. 소비자(?)들에게도 불만족스럽다.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없으니까 말이다. 시간을 들이고 정성스러운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토론수업인데, 100시간 중에 1시간 토론 수업을 구성하자면 그 토론수업은 제대로 되기가 어렵고 무가치하게 취급받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수업을 한다면?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된 토론수업이 가능할까. 윗선에서 원하는 배움 중심 수업은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거기에 헌신한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시다. 그분들은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수업을 준비하셨을 거다. 그리고 학생들은 빙산의 일각 같은 배움 수업을 맛보고 찰나의 배움을 얻어갔다. 그 배움의 양이 찰나라 해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 거기에 뛰어드는 게 맞을 거다. 하지만 나는 동력을 잃었다. 


 어느 정도의 지식의 양이 있어야 토론도 가능하고 토론에서 얻어가고 성장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어도 사람은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니까 뭐라도 얻어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론수업을 미숙하게나마 준비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평가의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물에만 집중했고, 토론의 과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성적에 크게 관심 없는 학생들은 즐겁게 자기 생각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다른 학생들이 받아주질 않으니 더 사고가 확장되는 일(배움)도 일어나지 않았다. 


 느리지만 중요한 것은 독서(인풋)와 토론이나 글쓰기(아웃풋)이다. 그 과정에서 생각을 하는 건 필수다. 학생들에게 이런 교육을 해 주고 싶었던 내 마음은 동력을 잃었고, 내 자녀들에게만이라도 그런 교육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데, 유학은 너무 돈이 많이 들더라. 나는 돈이 있지만(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은 그 정도로 많지 않다.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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