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기교육연구소 Aug 28. 2023

교직 기피의 나라.

식어가는 평생직장의 열기     

  최근 5년간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018년 41대1, 2019년 39.2대1, 2020년 37.2대1, 2021년 35대1 등으로 계속 하락 추세이다. 그러다 2022년 들어 22.8대1, 경쟁률이 한 번에 20대로 내려앉았다.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40.4대1로, 이는 23.5대1 이었던  1979년 이후 4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또한 어렵게 입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을 그만두는 초임 공무원도 급증하고 있다. 2021년 퇴직 공무원 수는 총 4만 4676명이었는데 그중 5년차 이하의 비율은 무려 25%(1만1498명)였다. 규모 면에서는 2017년에 비해 2배 증가(5613명→1만1498명)했고, 전체 퇴직자 가운데 비율 또한 10%포인트 가량 늘었다(15.1%→25.7%).      

 초등교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교육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전국 교육대학교와 초등교육과 13곳 중 11곳이 ‘사실상 미달’에 해당하는 3대 1 미만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시·정시모집에서 교대에 합격하고 등록하지 않은 학생도 매년 늘고 있다. 202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된 인원은 502명으로 2022학년도(456명)보다 8% 증가했다. 정시모집에 합격했지만 다른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2022학년도 기준 305명으로 2021학년도(266명)보다 14.7% 늘었다(경향신문, 2023. 2. 16).     

 한때 선망의 직장이었던 공무원, 특히 교직은 어쩌다 이렇게 기피직업이 됐을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성장기회의 결핍이다아래는 국내 배달앱 1위로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높은 매출 성장율을 기록 중인 ‘배달의민족' 본사 빌딩에 새겨져있는 문구이다.    

     

이 문구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인재를 채용하고 회사에 평생직장으로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엿보이는 강력한 문구로 보인다. 이른 나이인 20대 초중반에 입직하여 별 문제가 없는 이상 학교를 평생직장으로 다니는 교사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필자가 여러 명의 MZ세대 교사와 학교 문화에 대해서 대화를 하다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말 중 하나는, ‘학교는 노력에 따른 연봉 협상이 불가능하다.’라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몸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교사로서 성장한다고 해서 내적 만족 정도 말고는 특별히 이득이 없다는 말이었다. 젊은 세대 교사에게 교사의 전통적인 윤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성직관'은 이미 공감하기 어려워진지 오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승진'이라는 일종의 외적 보상으로 각종 연구시범학교 업무, 도서벽지 등의 비선호 지역 근무, 방과후나 학교폭력, 돌봄 등 기피업무, 보직교사 업무 등을 하는 분위기였지만 당장 눈 앞의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MZ세대 교사들에게  미래의  ‘당근'은 기존 세대에 비해 큰 동기유발이 되지 않는다. 특히 교직은 다른 일반 공무원에 비해 ‘교사-교감-교장’으로 승진 라인이 매우 단순하며 교사-교감의 승진 기간이 최소 20년 이상이기 때문에 더욱 동기유발이 되기 어렵다.      



 둘째조직구성원의 관계와 자율성이다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아직도 수직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강소현(2019)은 학교는 통제와 감시를 특징으로 하는 조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하면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견고히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 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경향을 보여 왔으며 이는 교사사회가 개인주의 문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악순환의 양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2021)는 “학교에 소속된 구성원으로 교사는 학교교육체제에 대하여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라며, 복종, 관습 및 관행 등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현장 교사들이 여전히 답습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셋째워라밸이다.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미래교육연구원은 2020년 12월 - 1월, 대구지역 교사들의 특성과 세대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대구지역 교사 5040명을 대상으로 교직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에서 X세대와 MZ세대로 분류되는 1585명에게는 세대 차이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그 결과 세대 간 생각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교직생활에서 추구하는 가치 등을 묻는 질문에 X세대 교사들은 책임감(37.1%), 성취감(31.7%), 수업전문성(30.7%), 경제적 안정감(23.3%), 워라밸(22.0%) 순으로 답했다. 반면 MZ세대 교사들은 워라밸(42.5%), 수업전문성(30.8%), 책임감(30.8%), 성취감(24.6%), 자아성장(18.2%) 순으로 답했다. X세대는 책임감을, MZ세대는 워라밸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앞서 언급한 교사의 성직관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MZ세대 교사가 교직을 선택한 이유 자체가 기존 세대와 다르다.

  민간기업에서는 일을 잘하거나 성과가 좋으면 연봉이 올라가거나 다른 인센티브를 받지만 교사는 ‘일 잘하는 놈, 일 하나 더 받는다’는 말이 있다. 공무원, 특히 교사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 학생 점심 식사 지도를 해야하는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다른 직장에 비해 빠른 퇴근이 가능했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행정업무 등 업무량에 따라 그것도 여의치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아무리 일이 몰려도 제대로 된 혜택과 보상을 받는다면 모를까 그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넷째보상 문제이다. 다음은 직장인 ‘블라인드'앱에서 ‘공무원은 철밥통에 은퇴하고 연금 받는거 때문에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 밥통 안에 밥이 없다니깐' 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그야말로 ‘웃픈' 부분이다.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 전체 임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는 2022년도 8월 30일, 2023년도 5급 이하 공무원 급여를 1.7% 올리고 4급 이상 간부급 임금은 묶는다고 발표했다. 6년 만의 '긴축 예산'을 뒷받침하려면 공직사회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공무원 노동자들은 1.7% 인상 결정에 대해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터무니없는 낮은 수준으로 공무원 보수를 결정했다"며 보수 실질 삭감이라고 성토했다(오마이뉴스, 2022.08.30). 게다가 그나마 공무원의 장점인 공무원 연금도 지금의 연금적자 폭이나 향후 개혁 요구에 비춰볼 때 MZ 세대 공무원은 기존 세대에 비해 연금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가면 철밥통 교사만 남는다.     

  소위 말하는 ‘철밥통 교사'는 교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다. 열정 가득하고 능력있는 젊은 교사가 철밥통 교사가 되는데까지는 그리 많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일단 초임 봉급이 최저시급에 가깝고 하는 일은 생산적이기 보다는 소모적인 일에 가깝고, 자율성은 별로 주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일을 더주는 직장. 거기에 각종 비상식적인 민원과 심각한 교권침해, 아직도 수직적인 교직문화를 겪으면 도달하게 되는 결론은 대부분 동일하다. “월급 받는만큼만 일하자"     

이 흐름이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 치명적일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최고 수준의 인재가 교직에 들어오다가 갈수록 식어가는 구조에서는 미래교육의 희망을 찾기가 너무 어려울 것이다.




글 : 김차명 (경기교육연구소장)

작가의 이전글 MZ 부장이 말하는 교직 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