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 문해력 운운하는 기사가 하도 나와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과거에도 젊은 세대의 문해력은 늘 기성 세대의 걱정거리였나보다. 아래는 1984년과 1986년에 기고된 두 사설의 일부 내용이다.
1. 1984년 10월 9일 동아일보 사설 -국어 어휘력 교육 초라하다
"景福高(경복고) 국어교사 曺大鉉(조대현)씨(46)는 대학까지나온 요즘 젊은이들이 표현력이부족한 경우를 종종 본다며『어릴때부터 동화책이나소설책을 읽는등 독서를통한 어휘력향상에 힘쓰지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2. 1986년 10월 9일 조선일보 사설 - 한글날에 그 실책 시정을 당부한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한글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기초 학력 미달의 학생이 매년 급증하는 실정이 되었다. 이런 결과는 물론 무조건 쉬운 것을 택하려는 시대적인 분위기도 있고, 학력 저하의 원인이 복잡한 데도 있겠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정부의 국어 교육 정책이 초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에서부터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사설과 최근 언급되고 있는 기사 내용을 종합하여 현시점, 문해력에 대한 팩트를 개조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1. 학생들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는 것 맞고(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함.
2. 그런데 대부분 문해력 = 어휘력으로 접근하니 '심심한 사과', '금일, 명일', '사흘, 나흘', '시발점', '족보', '두발' 이런 단어 못알아 듣는다고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오해함. 사실 이런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도 않고 충분히 대체 가능한 단어들이 많고 저 단어 주로 쓰는 사람들 세대가 지나가면 알아서 사라질 단어들이 많음. 50대 이상이 신조어 못알아 듣는다고 요즘 영감님들 문해력 심각하다는 논리랑 비슷.
3. OECD 기준 한국 청소년들의 문해력 수준이 최상위권으로 OECD 평균을 훌쩍 웃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2022년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평균 문해력 점수는 515점으로 전체 국가 중 대만과 함께 공동 4위를 기록.
4. 오히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55세 이상 연령대는 평균 문해력 점수가 232점으로 세계 평균인 248점보다 낮음. 한자 세대인 55세 이상이 OECD 평균 문해력에 못 미침.
5. 청소년들의 독서량이 부족해 문해력이 저하된다는 주장도 틀림. 한국에서 청소년은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는 집단.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책 읽는 학생의 비율은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음. 1년에 교과서, 수험서, 만화, 잡지를 제외하고 일반도서를 36권을 읽음. 성인은 4권. 무려 9배 차이.
위와 같은 팩트를 기반으로 한 문해력에 대한 나의 결론은 ‘우리나 잘하자.’이다.
ps. 학생 문해력 어쩌고를 '느낌'으로, '설문'으로 하고 보도자료까지 낸 것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뒷받침할 근거라도 추가 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에,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ps. 그리고 요즘 교육 어쩌고 비분강개 하시는 일부(명문대)교수님들도 계시던데, 명문대에 진학할 정도라면 수준 높은 아이들이 진학했을 터. 시대 변화에 맞춰 내 교육방식을 바꿔봐야 하진 않을지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ps. 문해력 논란은 일종의 '태도'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단어를 모르면 알려고 하고 해야 하는데 창피해 하긴 커녕 당당한 모습이 문제입니다.
글쓴이 : 김차명 (사)경기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