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서 살아남아보자
그동안 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상당히 간과하고 있었다. 나만 잘하면 되고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했었다. 이곳에서 만난 특징적인 인물들은 오늘 나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
오늘은 같이 5 WHYS에 대해 이야기해봤는데, K의 반응이 정말 웃겼다 "겨우 5번만 하면 무슨 문제를 찾을 수 있는데? 더 근원까지 들어가서 원자, 분자 직전까지는 가봐야 숨겨진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어~" 이 사람의 깊이는 어디일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뭔가 현자 같고, 지식이 깊어 보이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 그들이 비즈니스적으로 정답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단단하게 굳어진 신념이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K를 보며 나 또한 절대 쉴 수 없다.
한편으론 개인 시간의 필요성도 느꼈다. K가 옆에 있으면 항상 묻고 싶어지고 그걸 통해 답을 얻으려는 나를 느낀다.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K는 대부분의 경우 나보다 좋은 선택을 내리니까. 이건 건강하지 못한 관계다. 그와 동등해질 생각을 해야 하는데 내가 점점 기대려는 게 느껴진다. 나약하다. 그래가지고 K에게 존경받을 수 있겠어?
나와 관심사가 비슷하다. 성격도 비슷해서 둘만 있을 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서로 수준 낮은 개그를 많이 친다. 그리고 그는 장난기도 심한데 꼭 어릴 때 내 모습 같다. H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오랜만에 같은 팀을 하며 프로덕트를 기획했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우리의 문제와 멀어지는 느낌을 받아 결국 나는 갈아엎어버리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마감 1시간 전이었다. 그는 나를 믿어줬다. 이 정도로 신뢰를 받았는데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번 주 안에 보여주고 싶다.
K, H와의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건 무언가를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한 달 전에 나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모든지 혼자 다 해내려고 애썼는데 이젠 팀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혼자서 10까지 해낼 수 있다면 동료들과 280000을 해낼 수 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신뢰를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