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지난 2월부터 오늘까지 사업계획서 2건을 작성했다. 내일,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를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지원 사업계획서는 올해 처음 작성해 본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완성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자랑스러운 사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었다.
'도움 요청'은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이다. 자존심 때문일까 남들에게 부탁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때때로 무언가 도움을 받아도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만 같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기꺼이 할 수 있는데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는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나 혼자 상상랜드에서 만들어낸 사업계획서는 보나 마나 결점 투성이일 테다. 지난 한 달 동안, 의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받고자 했다. 어떤 도움을 누구에게 어떻게 얻었는지 적어보며 감사함을 전해본다.
1. 워케이션에서 만난 사업계획서 컨설턴트
지난달 진행한 워케이션 모임에서 노마드맵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올해는 정부지원사업을 따내어 팀원들에게 임금을 주고 규모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참여자인 J님이 사업계획서를 컨설팅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다가왔다. 노마드맵 초기 팔로워(100명도 되지 않을 때부터 팔로우해준 분이다)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미팅을 하자고 했다.
J님은 3회에 걸쳐 사업계획서를 검토해줬다. 그것도 베트남에서 귀한 시간을 내주며 말이다. 여러 아이디어로 산만했던 사업계획서를 한줄기 방향으로 잡아주었다. 목차에 따라 퍼즐이 착착 맞춰졌다. 사업계획서의 문법도 배웠다. 점을 찍어야 하는지, 그림을 많이 넣어도 되는지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세세히 알려주었다.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보답하고 싶었지만 J님은 끝끝내 사양했다. 그래서 지원사업에 합격한다면 유튜브로 후기를 올리고 J님을 홍보해주기로 했다. 마침내 J님이 기쁘게 받아줬다.
2. 사업계획서 특강을 진행한 엑셀러레이터 대표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한 특강을 들으러 갔다. 심사위원 경험이 풍부한 엑셀러레이터 대표님이 진행하는 강의였다.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고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심사위원은 최고의 사업계획서를 찾는 게 아니라, 떨어트릴 사업계획서를 귀신같이 잡아낸다고 했다. 그러니 사업계획서에 있는 칸칸을 성실히 채워야 한다. 또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흐름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의 사업계획서에 주어지는 시간은 5분도 안된다, 더 볼지 말지는 첫 페이지 '요약'을 보고 결정한다, 같은 내용이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대표님을 따라 나갔다. 한 손에는 J님과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들려있었다. 5분만 시간을 내서 검토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대표님은 흔쾌히 사업계획서를 살펴주었다. 사업계획서 심사 현장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앞장의 요약을 훑어보더니 곧바로 팀소개 파트로 넘어갔다. 그다음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앞으로 돌아왔다. "열심히 썼네요"라며 칭찬을 날려줬다! 그리고 스케일업, 준비단계 진행상황 등 강조하면 좋을 내용을 짚어주셨다. 한 단계 탄탄해졌다.
3. IR 관련 강연을 하러 온 투자사 선임
스타트업 스테이션에서 미래에셋투자의 선임님이 IR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IR 작성의 흐름은 사업계획서와 유사하기에 한마디 한마디 쏙쏙 들어왔다. 그중에서 시장 규모를 정의하는 방법이 와닿았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을 다룰 때는 Bottom up 방식이 효과적이라 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장 규모'였다. 새로운 방식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좀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듣고자 사업계획서의 '시장규모' 장을 들고 갔다. SOM-SAM-TAM으로 시장을 정의해야 할지, Bottom up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지 의견을 구했다. 선임님은 정의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면 두 가지 다 보여주라고 말했다. 현답이다.
4. 스타트업 스테이션 동료
예비창업패키지 제출일 D-2.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받을 사람은 스타트업 스테이션 교육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다. C님의 사업계획서 통찰력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 하지만 교육을 듣는 3주 동안 C님과는 몇 마디 나눠보지 못했다. 관계 맺기 과정도 없이 도움을 불쑥 요청하기가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절실한 상황인 만큼 눈 딱 감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C님 역시 흔쾌히 사업계획서 검토에 나섰다. 5분만 시간을 내어달라고 했는데, 무려 30분이나 꼼꼼하게 살펴주셨다. C님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쉽게 작성하도록 방향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핵심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강조될 것이라는 귀한 의견도 받았다. '이 정도면 잘했다!'라고 자만하던 차였는데, C님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애인, 가족, 친구, 팀원 등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들이밀었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보완점이 튀어나온다.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 최최최최종은 끝이 없다.
이번을 계기로 요청에 대한 두려움도 한결 가벼워졌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준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