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에 응해주신 18분께는 따로 연락을 드려야겠다.
디자이너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죄책감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졸업전시 끝나고 버리는 작업물, 패키지들 정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회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회사에선 겉으로는 ESG 실천하는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선 지속가능성보단 이윤을 중시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회사의 영향력이 클수록 내가 만들어낸 프로덕트는 더 빠르게 환경을 무너뜨릴지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앞장서서 일을 진행할 순 없다. 시간도 없을뿐더러 기껏 만든다 해도 예쁜 쓰레기가 될 확률이 99%니까. 이런 불만과 욕구를 다른 디자이너들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모여서 사회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나간다면 디자이너로서의 나와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발전하지 않을까?
가설을 세웠다. “디자이너들이 친환경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수익금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우리 서비스는 분명 사랑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랜드에서 일어나던 일에 불과했다.
기존에 생각한 가설은"10%의 디자이너들은 해양 생태계를 살리는 디자인 사이드프로젝트에 동참할 것이다"였다. 따라서 총 1000명 정도의 사람을 가진 디자인 커뮤니티에 홍보를 시작했고 18분이 어렵게 대답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가 설계한 서비스는 최소 100명의 인원이 있어야 서로 수익을 올리며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었다. 내 불찰이다. 시간을 내서 설문조사에 응해 주신 18분께는 따로 사죄의 연락을 드리고 이메일을 폐기해야겠다. 아니다 그걸론 부족하다. 다른 해양생태계 커뮤니티,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들을 모아서 노션 테이블로 정리해서 보내드려야겠다. 정말로 하고 싶으셨던 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다음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그대로 가설을 수정해서 다시 해봐야하나? 아니면 폐기 후 처음부터 시작해야할까? 우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고 뼈에 새기자.
1. 가설의 수치를 명확히 정한다. 최소 100명 이상이 호응할 수 있도록 표본 집단의 크기를 키운다.
2. 구체적으로 기획한 뒤 랜딩페이지를 작성한다. 정확히 뭘 할 건지 명시한다.
3. 서비스 기획에 실패했다고 눈감고 넘어가지 않는다. 책임감을 가지고 시간 내준 분들께 사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