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삶의 끝에서 떠오를 추억
이야기의 시작점은 아이들의 할머니, 즉 내 아이들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된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내가 결혼하기 전 60세의 나이로 소천하셨다. 당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던 어머니께서는 잠깐 본인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나는 요즘 이런 사진을 찍고 있다.
푸른 잔디 위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드셨다는 이야기에는 주변에 누구와 있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언급이 없으셨다. 단지 그 풍경이 전해주는 따스한 감정에 집중하듯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을 스케치하듯 설명하셨다. 수시로 찾아오는 말기암 환자의 통증으로 이야기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나는 훗날 내 자녀들에게 무얼 전해주게 될까?
나 역시 내 자녀들에게 때가 되면 아빠가 아닌 한 인간이 살다 간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때 엄마는 미쳐있었고 아빠인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고 말이다.
내가 세상에 없다면 아이들을 이렇게 볼 수 있을까?
사실 속마음은 글이 아닌 말로 전하고 싶다. 세상에 기록으로 남기기보다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 말이다. 사진은 글과 말의 중간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