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코인 탑승 완료

by 이백지

엄마는 예의와 예절을 백서에 넣고 있지만 버그인지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킥보드 바퀴는 잘만 굴러간다.




피크타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점심 주문이 몰리는 시간과 저녁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도 배달 단가가 높게 책정되지 않는 건 배달하는 사람이 주문양보다 많아 짧은 시간에도 주문양을 밀리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단 소리다. 단가가 좋지 않은 날은 애써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자동차로 배달하는 콜들은 대부분 천룡인 아파트와 5km 이상의 장거리 콜 위주로 AI가 배정을 해주기 때문에 1km당 1,000원 미만인 콜과 주문양과 단가가 낮은 유배지로 보내는 콜들에 불을 켜고 달려들 이유가 없다. 결국 누군가는 몇 백원씩 상승하는 콜 단가에 눈물을 머금고 콜을 수락하겠지만 자동차 배달은 차량 유지비나 감가상각도 따져봐야할 항목이다. 처음부터 오토바이와 같은 단가로 일을 하면 손해인 구조다. 날이 풀리면 다시 집에서 쉬고 있는 자전거로 주말 배달을 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아빠 엄마와 함께 밖에 나왔다. 아이는 마스크가 없으면 밖에 못 나간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원래대로... 하필 이상한 시점에 태어났을 뿐이다.





점심 무렵 전화가 온다. 콜 단가가 낮아 옆지역으로 이동 중이었다. 언제쯤 집에 들어오는지 아들이 묻는다.

"15분?"

큰 시간의 단위가 아직은 분 단위에 십 이십 삼십 사십 정도이다. 시간 단위와 아침 점심 저녁에 대한 개념은 태양, 별, 그리고 달님이 도와주고 계신다. 아직 밖이 어두우면 아침일리 없고 새벽은 저녁이란 식이다.

시장엔 대부분 시장한 사람들이 찬 거리를 찾아 모여든다. 5일장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시골은 사람들이 5일에 한 번씩 시장하신 모양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달음식을 들고 내린다. 주차할때 건너편에 서있던 배달 오토바이 역시 다음 콜이 잡히지 않거나 마음에 드는 콜이 없는 모양이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아직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파트 상가 화장실을 들렀다 나와도 여전히 망부석처럼 서있다. 내 차의 시동을 켜자 자리를 뜬다. 나 역시 점심 피크 배달 한 건만 하고 집으로 향한다. 이런 날은 경험적으로 미루어보아 하루 8시간 일을 해도 6만 원 남짓밖에 못 버는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일을 한다. 더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버는 이들에게는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이 바닥에 이 돈을 받고 일하는 이들이 있어야 음식이 식지 않고 도착하는 법이다.

뽑기 운이 좋았다. 꽥꽥이는 열쇠고리 부분을 떼어내니 물에 뜬다. 당연히 오리는 물에 뜨는 것이지만 모든 가정이 화목할리 없다.





있는 집 자식들이야 자녀의 탄생을 주식상장에 비유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외벌이 가장에게 자식은 코인 상장 개념이다. 우후죽순처럼 생성되지만 거래소 상장은 눈에 꼽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많이아파. 삶은 유아기처럼 항상 웃을 수 있는 일이 가득한 게 아니다. 그 웃음을 위해 고생하는 엄마와 아빠가 있기에 마음 편히 웃는 것이다. 군인들의 노고와 비슷하다. 조카 녀석이 조까튼 군생활을 전방에서 하고 있어서 삼촌이 마음 편히 주말에 배달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고생은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폐지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미화원의 업무를 일정 부분 담당하는 어르신들이 있기에 거리가 쓰레기로 넘치지 않는 것이다. 사회는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고립되는 순간 살기 힘들어진다. 유배지와 천룡 아파트가 그런 식이다. 배달을 마치면 다음 콜 잡히는 단가가 3~4천원 수준이고 거리는 5km 정도이다. 30층 이상인 아파트에 엘레베이터가 하나라 택배 기사분과 동선이 겹치면 아파트를 출입하고 빠져나오는데에만 10분이 걸린다.

가끔은 밀어도 밀리지 않는 거대한 벽같은 존재가 현실일 수 있다.





여전히 남이 가진 것은 부럽고 내가 가진 것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남이 번 돈은 쉽게 번 돈처럼 느껴지고 타인의 군생활은 쉬워보인다. 비교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철저한 자기객관화 내지는 타인의 삶에 관심을 줄여야 한다. 월 평균 250만 원에서 750만 원의 급여를 받는 4인가족이 우리나라의 중산층 개념이다. 허나 사람들의 평균치에 대한 기대값은 그 이상이다.

결국 꼬인 줄은 언젠가는 풀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몸은 좀 불편해도 마음만이라도 편한 게 어디인가.







준비가 되어야 결혼하겠다는 세태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 선택 한 번 잘못 했다가 평생 노예로 빚 갚다 시간 허비하는 생들이 많아 조심조심 내딛는 걸음에 신중함이 들여다 보인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식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결혼 생활이 어떤지는 본인들이 부모의 모습을 보고 충분히 학습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이제 한 달 가까이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아내의 항우울제 약은 두통과 매스꺼움을 유발하는 모양이다.

내리막에도 웃는 자가 승리자다.







평균이라 생각하는 미디어의 함정은 시청율을 위해 일부를 조명할 뿐이다. 2030년도에는 결혼만 해도 중산층 소리를 듣게될지도 모르겠다. 결혼이라는 진입 장벽은 적어도 IMF 때보다 코로나 때가 허들이 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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