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장님도 애가 탄다. 면요리는 배달 도중 불기 때문에 기사 분이 매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무리 작업이어도 2~5분은 대기 해야 하는데 어떤 칼국수집은 라이더가 도착해야 냄비에 불을 켜시는 경우도 있었다. 잠깐 비상등 켜고 건물 지하에 내려왔던터라 바로 배정취소를 눌렀다. 어제도 횟집에 주문된 초밥의 밥을 다른 식당에서 빌려와야하는 상황이라 배정 취소 요청을 했다. 2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한다는 말에 아침에 딸이 일찍 퇴근해서 뛰어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본업 퇴근 후 한 두 건 잡아 하는 배달인데 딸이라도 일찍 가서 보자는 마음에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가는 도중 중간 중간 콜 단가를 확인해 보지만 여전히 콜도 없고 저녁 피크타임 단가도 초라하다. 1월 설 명절 이후 배달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주말은 오히려 평일보다 처참했다. 보통 일요일이 서울 시내에 차량도 적고 길이 안 밀려 일하기 편한데 콜 자체도 없고 단가도 낮다보니 일할 마음이 사라진다. 일요일은 시내에는 차량이 많지 않고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쪽으로는 차량이 많다. 특히 대형 교회의 예배시간에 따라 차량의 많고 적음의 교통량이 달라진다.
일이 없을땐 가족들과 어울리며 놀아야 한다. 그래야 노후에 나랑 놀아준다. 지금 안 놀아주면 나이 들어서 윷놀이에도 껴주지 않는다. 돈을 버는 것도 아껴 쓰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때론 가족과 함께 노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 건강할때 안아주고 귓방맹이 잡고 서울 구경도 시켜줘야 나중에 내 오줌 똥도 치워준다.
내 어머니께서는 맞벌이 하는 딸을 위해 자전거 뒷자리에 의자를 달아 자양동으로 아이를 봐주러 다니셨다. 조카들은 할머니께서 태우주는 자전거에 한강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할머니 댁에서 삼촌과 신나게 놀기도 했다. 삼촌인 나는 대학생 때여서 방학때 조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순하고 착해 내 자식들보다 놀아주기 편했다. 지금의 나는 그 자전거 뒷자리에 의자가 아닌 배달용 바구니를 설치했다. 아이를 태우고 이리저리 다닐 시간에 타인의 음식을 식지 않게 배달해 손에 몇 천원을 집어들고 사탕이나 젤리를 사간다. 음식을 배달하고 다시 음식을 산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행위이다. 그래도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월급을 평소의 60% 남짓밖에 못 가져갈때 음식 배달로 부족한 월급을 채운 좋은 기억이 있다. 비록 지금은 공유주방의 배달 전문 음식점들도 하나 둘씩 폐업해서 입구에 상호만 남겨진 비어있는 상태의 연속이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퇴근 후 아이들을 안아주는 건 미안한 마음이 커서 그렇다.
배달용 자전거에 애가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