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행

by 이백지

할머니의 시침과 부모의 분침, 그리고 아이들의 초침




다 이루었다는 예수의 태도는 시간의 개념에 얼마나 위대한 문장이란 말인가? 인간은 위치도 알지 못한채 흘러가는데 감히 완성을 논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다 키웠다는 말 역시 이룰 수 없는 부모의 목표치다. 아무 것도 완성하지 못하고 시간이 다하면 떠나야 한다.





손주의 초등학교 등교하는 모습과 결혼식 상대를 보고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내가 늙어야 아이가 크는 법이다. 슬프지만 기쁜 일이다. 아이를 돌본다는 건 돌부처처럼 인내와 시간 물질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걱정만큼 기쁨도 있다. 아이를 통해 웃을 수 있고 아이를 통해 늙어가며 성장할 수 있다.





아이는 과거의 내 자신을 들여다 보게 하는 시간여행 도구이다. 미래의 자신이 지켜보고 있음을 아이는 눈치 채지 못한다. 과거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이르러서야 알게 된다. 그 때 아빠가 해주었던 말의 의미를 말이다.




존재의 의미는 시간에 깃든다.




"쟤들은 왜 마스크 안 써?" 불상을 불쌍하게 보는 아이의 시선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부모는 아이가 없던 시간으로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 할머니는 치매로 아들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나는 생각했다. 죽음 이후의 시간에 그녀가 도착했을지도 모른다고. 너무 빨리 말이다



엄마의 배를 열고 나온 아이는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인형을 손에 쥐면 두려움은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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