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과 부러움

by 이백지

부끄러움의 언덕 너머에는 부러움이 넘실댄다. 어릴 적 부자 동네로 이사온 아이는 아버지의 4.5톤 트럭이 부끄러웠다. 함께 등하교를 하던 친구 아버지의 차는 검은색 세단이었다. 오피러스나 체어맨 급 정도로 기억된다.


방학 때마다 새벽 4시 30분~5시 사이에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일을 나섰다. 수원까지는 40분~50분 거리였다. 아버지의 트럭은 중고로 구입한 복사엔진 차량이어서 고속도로에서도 늘 저속으로 달렸다. 세단처럼 빠르지도, 푹신하지도 않았다. 수원 공장에 도착한 트럭은 25kg의 사료 포대가 쌓일때마다 상하좌우로 춤을 추었다. 어린 아들이 아빠를 따라다니며 일하는 모습에 농장주 아주머니는 우유를 따라주셨다. 따뜻했다. 모두가 따뜻했다. 소의 눈은 밥을 가져다 주는 부자를 바라보며 따뜻한 우유를 내어주었고 농장주 역시 집유한 우유를 마셔보라고 건네는 그 마음이 내심 따뜻했다.


아버지의 트럭이 동네 부근에 도착할때즈음이면 나는 신발끈을 풀었다 매었다를 반복했다. 혹여나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나를 알아볼까봐서였다. 40대가 되자 부끄러움의 형태가 달라졌다. 퇴근 후 지하주차장에 화물차를 대고 음식배달 부업을 위해 자전거를 탄다. 배달용 전기자전거를 꺼내야 하는데 두 명의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이 주차장에서 자녀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1년 내내 머리카락 길이가 바뀌지 않는 이웃주민 남편의 직업은 헤어 디자이너다. 지하와 1층 사이 계단에서 이웃주민의 귀가를 기다린다. 아내 중 한 명이 나와 아이들보고 집에 들어가자 말한다. 주차장 입구가 조용해지고 나서야 1층으로 올라와 자전거를 꺼낸다. 이웃 주민의 눈을 피해 출동하는 배트맨처럼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페달을 밟는다. 낮은 또 왜이리 길어져 어두워지지가 않는 지 손전등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어둑해진 후에야 희미하게 자전거 앞을 밝힌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젊은 아빠의 모습이 부러웠고 얼굴을 가린채 음식 봉지를 나르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가면 과일을 사가지 않아도 혼난다. 집안일을 돕지 않았다고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았다며 혼이 난다. 그래서 남편은 밤 늦게까지 일을 한다.

혼나는 시간을 줄이려 혼쭐나게 일하고 홀쭉해진 모습으로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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