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생존력

아내가 데리고 온 존재들

by 이백지


딸은 잠들었을 때 가장 예쁘다. 아내는 내가 잠들었을 때 가장 예쁘다. 아직 만난 적 없는 아름다움이다. 아빠의 소유권을 가장 많이 차지한 이는 딸이다. 그러나 아빠는 아들을 더 챙긴다. 아내의 건강은 술이 챙기고, 강아지의 식사는 아빠가 챙긴다.


생존은 남아있는 것을 차지해 결국 자신이 남아있는 것이다.



집에 여자가 셋 남자가 둘이다.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있었을 때는 여자가 넷이었는데 여자가 집안에 많으니 사소한 분쟁이 많아 한 마리는 여자가 없는 집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평화가 찾아왔다.


강아지 두 마리는 아내가 유산했을 때 아이 대신 데리고 온 존재들이었다. 첫째 강아지는 아내가 들이자했고, 둘째 강아지는 내가 선택했다. 결국 우리 집에 남게 된 강아지는 내가 선택한 강아지다.


아내는 어쩌다 집에 남게 되었나?


바로 아이 둘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아내의 생존에 아이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건 내 억측이 아닌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한 부분이다.


아빠의 모든 행동을 따라해 청소와 쌀 씻기, 강아지 밥주기, 배변 패드 깔기 등을 섭렵했다. 아이는 생존을 위해 어른에게 잘 보여야만 하는가?



실제로 이혼 이야기가 양쪽 집안에 오고 갔으나 결과적으로 아내는 생존에 성공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이번 주말만 하여도 흡사 암환자처럼 집안에 누워 핸드폰을 붙잡고 낮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술을 마시며 2~3시간 식탁에 혼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새벽 2~3시까지 게임을 한다거나 소설을 읽는다거나 유튜브를 보는 게 일상이다.


그녀의 일상에 우리들은 못마땅한 존재들이다. 남편은 아이들은 잘 챙기지만 정작 본인은 챙겨주지 않는다며, 눈과 귀로 흡수한 정보들을 수집해 본인과 주변 친구들 중 자신이 가장 불행한 존재라 여긴다. 입으로 육아 중인 그녀는 입을 열면 오은영 박사님이지만 입에는 술이 들어갈 뿐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도 가끔 세 살인 아이들이 엄마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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