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by 이백지

아내의 최근 통화목록에 엄마와 오빠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나 핸드폰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나. 전화 좀 해줘"

드디어 최근 통화목록에 남편과의 부재중 전화(2)가 입력됐다.

"근데 내 번호 왜 개로 입력되어있어?"

처갓집 화장실 하수구가 막혀 수채 구멍 가득 끼어있는 머리카락을 빼내는 중이었다.

"그 거 아들이 저장해둔 거야."

아내를 개 캐릭터로 저장해둔 남편을 의심했겠지. 아들은 개 캐릭터가 귀여워서 엄마 번호에 설정해둔 건데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개로 여긴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흐린 눈으로 봐야 예쁘다. 매의 눈으로 보면 먹잇감만 보인다.




아내의 오빠인 형님은 나와 동갑이다. 1월생이라 한 학년 빠르게 입학하셨다. 지난 달 저녁 식사 자리에서 형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동생을 변호하는 형님의 모습에서 아무리 내가 희생하고 헌신한들 와이프 집에서 보는 나는 부족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여만에 다시 만난 형님께서는 태국 국적의 예비 신부를 데리고 오셨다. 스무 살 가량 차이가 났다. 아내와 내가 두 살 차이니까 열 배 차이다. 여름 휴가 차 처갓집에 내려와 식사 후 설거지를 하던 중 딸이 형님에게 고자질한다.

"엄마는 뭐든 아빠에게 시켜요. 집에서도 아빠가 설거지 해요. 엄만 TV만 보고 저희들에게도 일만 시켜요."

설거지하는 팔은 안으로 굽어져 있었다. 딸의 본심에 조금이라도 오해가 풀렸을까? 형님의 예비 아내 분께서는 형님이 식사를 마친 후 물 한 잔을 떠다 주셨다. 거나하게 술에 취해 물 좀 가져다 달라는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놀이를 다녀온 후 아이들 샤워 좀 시켜달라는 나의 부탁에 눈을 부라리며 한 숨을 쉬던 아내를 내가 오해한 거겠지? 아직 그 오해가 풀리진 않았다.







딸은 숙모를 누나라고 부른다. 아들은 그런 누나를 언니 호칭으로 알려준다. "내가 누나고, 너는 언니지!" 큰 오해다. 그녀는 숙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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