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의 대화

공 좀 주고받자 좀!

by 이백지

어릴 적 짝사랑하던 사람과 작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한 기억이 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대부분 놓치지 않고 잘 잡았었는데 상대방에게 공을 던질 때 잠시나마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말주변이 없어 길게 대화하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이 공을 통해 소중히 전달되기를 바랐었다.


유니는 유독 잘 뛴다.


유니는 공을 잡고 던지는 수행 능력이 좋아 오니와 함께 공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오니는 아직 잡고 던지는 동작이 부정확해 공놀이에 관심이 없다. 유니는 공놀이를 포기하고 개구리로 변신, 오니에게 다가간다.


이렇게 된 이상 뛰어내리는 선택을 한 오니



공을 주고받는 놀이는 서로에게 일정한 능력치를 요구한다. 공중에 떠있는 공에 대한 동체시력과 손끝을 오므려 쥘 수 있는 기술, 던질 때의 손목 스냅, 팔꿈치와 어깨의 회전 등 사소하지만 당연한 움직임을 동반해야 가능한 놀이이다. 대화 역시 그러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사람과 그에 대한 상호반응, 어찌 보면 이 당연한 일정 수준이라는 게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군가와는 대화가 잘 통하는 반면 또 어떤 이와는 일방적으로 한쪽만 떠들 뿐이다. 투수와 포수처럼 서로의 역할에 큰 불만이 없으면 다행이지만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를 때 우리는 관계에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짝사랑했던 이는 얼마 전 자신의 이혼을 밝혀왔다. 아마도 상대와 대화란 공을 주고받는 일이 즐겁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내가 선뜻 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가고 있다.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배우자와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 보인다. 적어도 아이 둘을 키우는 나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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