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결혼 후 비가 내려
배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삶
나는 내 아들이 나보다 한 계단 더 성숙하고 발전된 형태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부와 명예를 쥐고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설령 그런 삶이 아니더라도 내가 아이의 항로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딸은 그리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어쩔 땐 나보다 어른스럽게도 보인다. 오늘은 풍선놀이를 하다가 거실에 놓인 화분이 쓰러졌다.
본인이 뒷걸음질 치다 쓰러진 화분에 흙을 채우는 유니
아이 엄마의 심장도 쓰러졌다. 유니는 아빠를 도와주겠다며 고사리 손을 투입하지만 흙이 거실 바닥을 더욱 어지럽힐 뿐이다. 그 작은 손의 노동이 또 다른 놀이가 된 현장이 웃겨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는 마이크 타이슨의 위빙처럼 거리를 좁힌다. 아빠의 등은 아이를 업을 때와 주먹을 부를 때 두 번 쓰인다.
아이가 보기엔 아빠의 잘못이 없어 보였을까? 오히려 유니가 아내를 냥냥 펀치로 때린다. 그녀의 올바름이 작동하는 순간 또 다른 올바름의 아이콘 아내는 딸의 등짝에 김연경 스파이크를 선사한다. 아들은 아웃파이터로 한 대밖에 때리지 않아 화를 면했다. 그러나 딸의 연타 공격에 아내는 이빨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올바름이 충돌한 오늘 그녀들은 '나 이외에 다른 여자는 섬기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여호와 같았다. 그녀들의 소리 없는 전쟁에 아들과 난 흙이란 광야를 헤매고 있다.
'누울 곳이 여기가 아닌가 봐. 평생 일해야 한대. 누군가를 먹여 살리려면. 그러니 신중하자고 아들 친구. 결혼이란 거를 말이지. 거를 타선은 거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