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단련하는 건 불도의 수행에 가까운 엄격하고도 위대한 여정이다.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신체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몸을 일컬어 신이 깃드는 장소라 여긴다. 소중히 다뤄야 함을 강조하는 본질과 달리 대부분 시간이란 악마 앞에 굴복하는 게 일상의 어른이다.
선천적 강함을 가진 몸도 있고 허약한 외형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운명도 있다. 오늘 낮에 길에서 본 한 여성 분은 아이돌 생활을 하다 회사 생활로 전향한 듯 출근길 지하철 손잡이 없는 공간에 사람들 틈에 장시간 끼여 있던 것처럼 납작하고 길쭉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인지라 햇빛을 마시러 나온 여성들의 부러움과 질투, 남성들의 신기한 구경과 동경을 동시에 받는다. 얇은 몸을 가진 이들의 특징은 발걸음도 가볍게 보인다는 것이다. 뒤에서 보고 있자면 신발의 밑창이 다 보일 정도로 가볍다. 혼자만 달나라를 걷는 듯하다. 아마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내가 여성 분 곁으로 날아가 닿았다면 나는 오징어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반짝이는 불빛에 홀려 어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얼굴은 옷으로 보호받지 못해 세월에 직격탄을 맞지만 몸은 상대적으로 나이듬이 감추어진다. 몸무게의 변화만으로도 기분이 젊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한 긴장과 움직임을 동반하지 않으면 몸은 변절자처럼 돌아서게 된다. 30대는 20대의 몸과 변절하며 아저씨로 달려가는 시간이다. 뒤에서 아줌마들이 함께 가자며 뒤따라 온다.
몸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식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항상 당연한 말이 제일 어렵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당연하다. 구내식당이 있어 메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들도 가끔씩 어제 방송에 언급된 메뉴라든가 최근에 새로 생긴 음식점의 다른 맛을 경험하고 싶을 것이다. 무미건조한 삶이 반복된다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 바뀌어도 기분을 바꿀 수 있다.
내 몸도 나에게 말한다. '다른 몸 없냐? 허리 아픈데 신경 좀 써줘라'하고 질타한다. 미안한 마음에 아침을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새벽 3시부터 깨어있어 언제를 아침으로 봐야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가난한 나는 병원 대신 스트레칭으로 몸을 달래 본다. 4살 아들이 입으로 불어주는 '호~'처럼 단순한 처방이다. "금방 나을 거야"라고 아빠에게 말해준다. 그건 네가 울고 있을 때 너를 위로해 주기 위해 아빠가 먼저 꺼냈던 멘트인데 그대로 써먹다니 큰 위로가 된다.
아들은 아빠가 금방 나아야 자신을 안아주고 빙글빙글 비행기 태워 위로 올려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님 탑승객께서는 중량 초과입니다. 내려주세요.
"아빠 출근해요?"
"아니 아빠 오늘 출근 안 해"
"그럼 뭐 하고 있어요?"
"잠에서 깨서 아침 먹으려고, 더 자고 이따 보자~ 코 자"
언제 이렇게 문장이 늘었을까? 하루 사이 언어의 강을 여러 번 오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