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자가격리 중

by 이백지

"오늘 바쁘냐?"

"왜요?"

"점심이나 같이 먹자. 맨날 혼자 짜장면 먹기도 지겹다."

"이따가 미도아파트 상가로 갈게요."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서 어린이집 못 보낸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 아직 출근한 지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선배님 같이 점심 못 먹을 거 같아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코로나 양성 판정받아서 저랑 가족들 다 검사받아야 할 거 같아요."


간편 검사 양성으로 PCR 검사 대상자가 되었다. 혹시 모르니 다른 곳 들르지 말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집에서도 마스크 쓰고 가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간편 키트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다. 옷방에 들어가 칩거를 시작했다. 친구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잡지 한 권과 미국의 스냅사진 작가 사울 레이터의 초판 1쇄본 '영원히 사울레이터' 사진집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결혼 후 처음 가지는 여유다. 1월호 잡지를 2월 중순 즈음 펼칠 만큼 아이들은 아빠의 여유를 두고 보지 않았다. 딸은 아빠가 퇴근 후 옷방으로 사라져 버리자 문 앞에서 그리움을 표시한다.


옷방에서 부고 소식을 접한다. 또 다른 누군가의 사라짐이다. 모바일 부고장이라니... 손가락 몇 번만 누르면 화환과 조의금 계좌까지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사라질 때가 되면 SNS 라이브 방송으로 장례식 현장 중계를 할 수도 있겠다. 안 그래도 (주)마등이란 사업을 준비하고 싶었다. 월 39900원으로 10년을 들이부으면 돌아가시기 전에 뇌파를 연결해 자신의 인생을 스크린으로 쏴주는 프로젝트이다. 영상 저장은 추가 비용 발생, 반복 시청에도 서비스 요금이 추가된다. 넷플릭스 보고 있나? 데스플렉스라 부르자.



데스플렉스가 구현되기 전까지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뇌파를 이용해 살아온 인생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작업을 살아생전 수기로 작성하는 행위이다. 글이란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 불쏘시개로 태워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날로그 시대의 최후의 보루이자 돛대이다. 인간의 삶도 언젠가 생을 다하게 될 텐데 작품이 됐든 자식이 됐든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하다못해 남길 재능이 없다 해도 변은 남기지 않는가.


아내와 금전 거래를 하였다. 가까운 사람끼리는 돈 관계로 엮이면 안 된다고 했으니 이제 멀어질 차례인가? 왜 나만 양성이지? 아내와 설왕설래가 없었다. 내일 아침 PCR 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음성이란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도 나는 당당하게 이 방을 나갈 수 있을까? 좀 더 있다 나가진 않을까? 생각보다 편하다. 요강만 있으면 15일 정도는 지낼만할 거 같다. 만약 15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미도가 보고 싶다. 햇빛도 마시고 멋진 신이 깃든 몸도 구경하고 싶다. 신전에 다가서면 저절로 경건해진다. 초원에 레깅스를 입은 얼룩말이 조깅을 한다. 나 역시 그 진귀한 광경을 감상하기 위해 밤마다 강아지 산책을 시켰다. 신성한 아름다움은 젊음에 주로 상주하지만 어떤 이는 신줏단지 모시듯 머릿속에 신을 채운다. 바로 자기 자신을 말이다. 음성이 나오면 그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차가운 회를 아니 산낙지를 사 와야겠다. 군만두를 서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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