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옷을 입혔는데 둘째는 식빵이 프린팅 된 옷을, 첫째는 토끼가 프린팅 된 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 토끼와 검은 토끼가 혼재되어 있는 딸과, 눈과 입이 그려져 있어 웃고 있는 식빵의 아들이다.
배 위에서 잠든 식빵이 침을 흘려 옷이 축축해졌다. 티를 벗고 건조기를 보니 8분 후 건조가 완료된다. 잠들기 전 아기들 옷 세탁물을 돌리고 잠이 들었다. 화장실로 향하니 변기 커버 위에 기저귀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아직 아이들 양치시키며 싼 똥 기저귀를 치우지 않은 탓이다. 소변을 보려고 변기 커버를 열었더니 아내가 구토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내는 먹고 눕고 토하고 소리 지르고 다시 토하고 잠들었다. 피날레로 자가 키트 양성 반응이 나온 거 같다며 PCR 검사를 받아봐야 할 거 같다는 말과 함께 물 내리는 걸 깜박한 모양이다. 거울에 비친 가슴 사이에 식빵이 흘린 침독으로 빨갛게 피부가 달아올랐다.
정리하자면, 11일 내가 PCR 검사를 하고 다음 날 음성이 나왔고, 12일 아들이 고열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고 13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시 13일 딸이 고열 증상을 보여 14일 검사를 받으러 가서 15일 양성 확정을 받고, 15일 아내가 코로나 간편 키트 양성 반응이 나온 상태다. 이전까지는 계속 음성이었다. 그래서 어제는 아내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가족 셋의 병시중을 들었다. 내가 못 끝낸 설거지를 끝내주긴 했는데 아들 기저귀 갈아준 거 한 번과 저녁때 씻고 나온 아들 로션 발라주고 옷 입혀준 도움까지 총 세 번의 어시스트를 받고 오늘 게임에 패배했다. 축구였음 이길 만큼 좋은 퍼포먼스겠지만 불행히도 농구였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양성 판정인 아들, 딸과 지내도 괜찮나보다 생각했다. 아내는 백신이라도 맞아 코로나 증상도 심하지 않다며 백신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표했었다. 그러나 아내는 나에 대한 고마움은 무덤까지 함께 가지고 갈 소중한 비밀처럼 간직하며, 간편 키트 두 줄로 변절하였다. 나는 2차 백신을 맞은 나보다 3차 백신까지 맞은 아내가 먼저 뚫리는 것을 보고 인생의 허망함을 예습했다. 마치 장시간 보험을 들어두었다가 생활비가 부족해 보험을 해지하였더니 쏟아부은 돈의 절반 이상을 위약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처럼 허무했다. 울며 먹은 겨자의 맛도 느껴지지 않는 미각과 후각의 손실도 코로나 19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왜 아내는 점심에 배달시킨 떡볶이가 맛있게 매운맛이라 했을까?
내 결혼생활은 맛있지 않은 매운맛이다. 고추장을 많이 넣어서인지 텁텁한 맛과 함께 캡사이신의 자극적인 매움이 상실의 시대처럼 밀려든다. 아내가 시름시름 앓고 있지만 원래 평소에도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아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엄마 아파. 위로해 드려" 장난기 넘치는 아들은 엄마가 누워있는 위로 점프를 해드렸다. 효도르의 파운딩처럼 묵직함이 느껴진다. 비록 자가격리 기간이라 밖을 나갈 수 없지만 설 연휴 이후 아빠가 계속 집에 붙어있자 아이들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함께 놀아주고 씻겨주고 악당 역할을 해주는 아빠가 내일도 출근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잠이 든다. 그 미소의 벌어진 입술로 침이 흘러내린 모양이다. 건조된 빨래를 꺼내 아침에 고이 접어 옷장에 넣어두어야겠다. 새벽에 하기엔 너무 처량해 보이니 오늘은 그냥 잠들어야겠다. 나라도 입을 벌리고 잠들지 않게 굳게 입술을 다문다.
풀린 눈의 초점 조리개를 다시 조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