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처럼 침대를 등으로 다이빙하듯 누우면 좋으련만 OTL 자세로 침대에 묻은 머리카락과 아이들이 먹다 흘린 밥알, 스티커 쪼가리를 손톱으로 긁어내어 바닥에 던지고 눕는다. 눕기 전 발바닥에 붙어있는 먼지와 지우개 가루처럼 붙어있는 수정하고 싶은 기억들까지 두 발을 비벼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 신성한 작업 도중 먹잇감을 발견한 4살 쌍둥이들은 등에 올라타 기차가 달리기만을 기다린다. 30kg의 무게가 트램펄린처럼 나를 짓누른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걸레질로 바닥청소를 하실 때 왜 그리 등 위를 타고 싶었을까? 의도적으로 등을 흐느적거려 상대를 자빠트린 후 파운딩을 갈겨도 이상하지 않은데 왜 어머닌 그 무게를 감내하셨던 걸까?
아내는 감내하지 않는데 말이다. 공동 격리 기간 동안 집에 있으면서 아내는 많은 것을 감내했다. 그중 하나는 바닥에 아이들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나 먼지, 머리카락을 한 번도 치우지 않는다는 거였다. 12~13일 동안 집에 갇혀 지내면서 발바닥이 키높이 깔창을 신은 것처럼 쿠션감이 느껴져 발가락 사이에 걸레를 낀 채 집 이곳저곳을 닦았다.
간단한 물걸레질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내일이면 또 다른 먼지가 쌓일 테지만 잠깐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겨울만큼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보건소에 들러 격리 해제 확인서를 발급받고 주민센터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추가로 발급받아 거기에 등본과 코로나 확진자 재택치료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 전후의 금액이 약 두 달 후 제출했던 통장 사본을 통해 입금된다고 한다.
그 사이 당근 마켓으로 호네 리네아리스 식물을 구입했다. 보건소 창문을 죄다 열어두어 추위에 떨다 아내가 예약한 시간에 10분가량 일찍 도착해 길에 서서 판매인을 기다렸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아내는 추위에 약해 얼어 죽을 수 있다며 아직 거래되지 않은 식물을 걱정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손이 시려 음악을 들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동물의 추위는 걱정되지 않는가 보다.
3월에 새로 입학하게 될 어린이집에 미리 짐을 가져다주었다. 이것 역시 아내가 부탁한 일이다. 입학 당일 아이들과 아이들 짐을 한 번에 옮기기 힘들다며 일주일 정도 미리 보관을 부탁했다. 블루클럽에서 커트클럽으로 바뀐 간판에는 이전과 똑같은 사장님이 계셨다. 커트하는 10분 사이 아내에게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오는 길에 막걸리 두 병만 사 오라 한다. 슈퍼에 들러 내일 회사에 들고 갈 믹스커피 170개 분량과 종이컵 150개, 막걸리 두병을 샀다. 열흘 남짓 내 업무를 대신해준 회사 형님들의 노고를 믹스커피로 달래 보려 한다.
작업복 바짓가랑이 부분이 뜯어져 아내에게 세탁소 수선을 요청했는데 1년 이상을 해주지 않아 내가 직접 세탁소에 맡긴 바지를 찾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바지는 그동안 충분히 환기되었다며 꼼꼼한 바느질로 4cm가량이 마감되었다. 더 이상 운전을 하며 내 팬티 색깔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아빠의 유일한 휴식시간은 가족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