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아저씨는 식사하시는 내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셨어. 100% 완충된 화면은 충전 장치가 내장되어 있나 봐. 점심시간 뜸한 콜은 1시가 지나자 콜이 많아졌어. 비어있던 공간이 하나둘씩 채워졌고 어느새 휴대폰 두 개를 가득 채운 거 같아. 대치에서 잠실 가는 콜이 이미 배정된 콜이라고 내 휴대폰 화면에 뜬 순간 아저씨는 계산을 하고 나가셨어. 그 순간을 위해 아저씨는 계속해서 화면을 들여다보셨던 거야. 점심값 정도의 금액을 벌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의 눈은 한 시라도 빨리 터치다운을 하려 필드를 달리고 있어. 양손에 럭비공 두 개씩 들고뛰는 사람도 부지기수야. 나는 불알 두 개를 들고뛰는데 말이야. 언제부터인지 시장 상인들보다 플랫폼 그라운드에서 뛰는 상대들을 보는 게 삶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돼. 이 사람들과 경쟁 중이니까 말이야.
최근엔 여성들도 이 바닥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계시고 말이야. 어쩌다 음식 배달을 시작하신 걸까? 노스페이스 신발에 중형 승용차로 뛰는 것만 보면 매년 명품백을 선물로 받을 것처럼 부유해 보이는 외모인데 어쩐지 양반 나으리의 노비 체험처럼 보이기도 해.
퇴근하고 돌아오니 아내는 이미 낮동안에 빵과 커피를 배달시켜 먹었더라고. 저녁 역시 고등어구이와 제육볶음 도시락, 소불고기 정식을 주문시켰지 뭐야. 자기 집으로 배달 콜을 잡으면 어떤 기분일까? 배달 요청사항인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용이 아닌 문 안으로 음식을 들고 들어와 저녁을 함께 먹어주세요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아내는 별점 테러를 할지도 몰라.
아내는 남편이 늦게 도착했다고 불만 피드백을 남기고 사람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음식 온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겠지. 남편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 중인 여자들에게는 따봉인 사람인 반면 아내에게는 매일 12시간씩 일하다 집에 늦게 배송되는 마지막 택배의 도착지야. 아마도 기사님의 집이 인근이라 배송 루트의 후순위인 거겠지. 이 정도 심부름시켰으면 VIP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거늘 남편은 늘 배송 지연되고 있으니 아내는 항상 그 게 불만이야. 꼭 언제 오냐고 독촉 전화를 걸어야 집에 들어오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