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빠 집에 오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려?)

by 이백지

"어, 뭐 좀 시켰어?"

"시켰어?... 아니."

"안 시켰어?"

"응, 안 시켰어."

"저녁 아직 안 먹었어?"

"응"

"아, 그렇구나."

"얼마나?"


아들의 언어가 아빠와 간단한 전화 대화를 나눌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대체로 언제부터와 언제까지의 개념이 잡혀있지 않다. 손을 흔드는 인사도 상대방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흔든다. 한 번만 흔들어도 되는데 바텐더처럼 쉼 없이 흔든다. 불안은 다리를 떨게 하고 추윈 이를 떨게 한다. 공포에 떠는 전쟁과 전쟁 같은 삶은 가난이 두려움인가? 생존이 두려움인가?


줄이려 해도 줄어들지 않는 다이어트 같은 고정지출은 매달 백만 원에 달한다. 도시가스 21만 원, 아파트 관리비 22만 원, 통신, 주유비 40~50만 원, 전세 대출 상환 비용이 18만 원 남짓으로 숨만 쉬어도 100만 원 이상을 매달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비용이 결혼 전, 출가 전에는 눈에 띄지 않는 숨은 생활비다. 퇴근 길에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눈에 들어왔다.


잠실역 8번 출구 앞 잠실 매점의 토요일 아침은 로또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족히 50m는 되어 보인다.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미래가 불안한 마음에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이들의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누군가는 당첨이 되지만 대부분은 헛걸음의 수고이다. 만약 모두에게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 기본 소득을 정부에서 진행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잠실역에는 사람들이 로또를 사러 올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권력을 지닌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웃 나라에 폭격을 명령한다.


인간은 고귀한 존재이면서도 한없이 탐욕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을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익명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선행을 일삼는 위대한 존재도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갈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숭고한 삶을 사는 데에는 여전히 자신이 가진 많은 것들을 내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희생의 가치를 위대함의 기준으로 여기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나는 아닌 듯하다. 아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엄마, 아빠 늦게 온대"

"아, 그냥 와~"


멀리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기를 뺏어 들고 잔소리가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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