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백지

삶이라는 총합에서 생존을 빼고 나면 '낙'이라는 나머지 값이 얼마나 남게 될까?

몇달 전 신입으로 들어온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이 나에게 물었다.
"선배님 담배랑 술 안하신다면서요. 무슨 낙으로 사세요?"
담배는 5년 정도 되었고 술도 근 1~2년 동안 먹지 않았다.

그동안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에서 받은 케찹이 스무 개 가까이 쌓일 무렵 감자튀김에 소금 간이 베어 있지 않아 세 개를 사용했다. 햄버거를 가두어두는 코팅된 종이를 납작하게 만든후 케찹을 양껏 찍어 먹었다. 쌓여가는 케찹을 언제 어떻게 소진할지가 고민거리였는데 사는 거 역시 그렇다.

쓰지 않으면 아무 필요도 없는 쓰레기들을 악착같이 모으고, 또 그것이 모자라다고 느껴지면 슬프고, 막상 쓰면 개운해져야 하는데 남은 케찹을 보면 또 짐만 될 뿐이다. 자고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게 바로 돈이라던 내 친구는 돈 문제로 온갖 고민을 케찹만큼 쌓아두다 홀로 세상을 떠났다. 주검이 된 친구의 차가운 피부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더 나누어 줄 걸 더 내어주지 못해 못내 아쉽다. 한 달 벌어 한 달 생활하던 때라 수중에 남은 돈 80만 원을 갚지 말고 쓰라고 줬는데 그 돈은 저승에서 술값으로나 써야겠다. 저승의 단위는 이승보다 인플레이션이 덜 되어 죽은 시점의 물가로 계산되기를 바란다. 친구는 저승 복리이자로 돈을 불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셔도 취하지 않을 친구와의 대화가 그립다. 항상 '낙'이라는 값을 미리 정해두고 사는 아이였는데 그 친구가 떠나고 나니 낙마라도 한 것처럼 가슴 한 켠이 시리다. 역시나 낙이 많건 적건 돈이 많건 적건 수중에 케찹이 많건 적건간에 삶은 반복된다.

고통은 적립되거나 반복되지 않기를, 이승이나 저승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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