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대로 가주세요

이어폰의 꽃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말 걸지 말아주세요.

by 이백지

택시 기사님은 이해가 안되거나 못 믿거나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요즈음 젊은 분들 아이도 잘 안 낳으려고 하는데 둘씩이나 낳고 아이가 곧 보물이라고 언급하시기에 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아이는 물론 결혼도 안 하려고 한다고, 제가 아버지가 받으시는 월급보다 적게 받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물가는 그 당시와 비교해보면 대략 다섯 배 정도 오른 셈이니 먹고 살기 힘든데 누가 결혼이나 아이 갖는 걸 꿈꾸겠냐고 말씀드리자 기사 분은 이런 구절을 처음 들으시는 것처럼 마땅한 대답이 없으셨다.


아버지는 한창 때 400만원 후반을 버셨고 나는 그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 물론 업종이 다르고 내 능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서겠지만 나는 아직도 외벌이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과거 아버지 시절엔 외벌이로도 한 가정을 꾸릴만큼 경제는 성장 중이었고 라면은 한 봉지에 100~200원 사이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주말 오전 아이들의 아침을 위해 슈펴에서 라면 10개를 샀는데 만 원이 넘게 나왔다. 순간 내 표정이 오후에 만날 택시 기사분처럼 생각이 많아졌다. 만 원짜리 지폐의 가치가 5천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주말엔 교외로 놀러다니는 가족의 모습을 꿈꾼다면 그런 삶은 맞벌이 부부에게만 가능한 수준이라 말해주고 싶다. 500 이하의 급여로는 두 아이 학원비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거 없이 오히려 모자르다고 말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님은 점심값이 아까워 도시락을 챙겨다닌다. 그 형 또한 외벌이 인생이다. 여유로운 삶의 모습은 SNS에 잘 담겨져 있지만 고군분투의 모습은 대부분 생중계 되지 않는다.


이제 나이든 사람들에게 젊은이라 칭하는 세대는 더 이상 나나 도시락을 챙겨다니는 회사 형, 개그맨 박수홍씨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이미 젊은 세대에서는 여자들이 결혼 후 경제활동에서 탈주해 전업주부로 돌아서는 경향은 강해졌다. 거기에 전업주부임에도 남편에게 반반육아, 반반 가사 노동, 주말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흔해졌다. 군복무와 남자의 봉사와 희생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누가 칼들고 협박이라도 했냐? 다 너가 선택한 일이지 않느냐.' 라고 묻거든 이제 선택지는 하나다.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 택시 기사분의 말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좀 더 발전할 수 있었다 한들 최근 젊은이들은 고통과 고생 속에서 발전을 발견하기 보다 안전해 보이는 길로 가는 것을 바라는 모양새다. 아내도 여자친구도 없지만 '펜스 룰'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처럼 삶이 각박하고 가난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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