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은 당연한 것인가? 어쩌다 이 지점까지 생각에 다다른 것인가. 처가는 전라도 영광이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고 가끔 1년에 한 두번 장모님을 뵈러 가족이 함께 내려간다. 3밴인 승합차에 네 가족이 타긴 무리여서 아버지께 차를 빌려서 이동한다. 처음엔 장거리 운전이 익숙하지 않았다. 시내운전을 주로 하는 편이라 동선도 짧고 업무를 보고 다시 운전하고를 반복하는 직업이라 장시간 운전하는 건 지루하고 졸린 일이었다.
오늘은 아침 8시부터 배달을 시작해 집에 오니 오후 9시 30분이었다.
예전에 스키강사로 아르바이트 하던 시절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운전을 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 몇 명을 가르치는 단기 알바로 당시 일하고 있던 테니스장 사장님의 아내분께서 직접 귤도 까주시고 음료수 캔도 따주시며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지난 달 영광에 다녀온 후 알게된 건 아내가 서울에 도착해서 아무 말없이 집에 들어간다는 거였다. 짐을 함께 옮기는 것도 아니고 운전 오래하느라 수고 많았어 따위의 감사인사도 하지 않은채 아무 말없이 내리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번 어린이집 학부모와의 모임에서는 아이 친구 엄마에게 운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하고 인사를 하기도 해서 깜짝 놀랐다. 나만 그 흔한 감사인사 못받는 거였구나.
하긴 나 역시 당연시했던 것들이 있다. 외벌이라서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일요일 하루 정도는 니가 밥 좀 차려주면 안되냐고 말을 한다.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거랑 계란 후라이 전기 밥솥에 밥 만드는 법 정도만 알고 있는 내겐 참 버거운 부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요리하는 직업 또는 서빙에 몸담았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든 다시 일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그 믿음은 7년가량 지속되어 온듯 하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배려받길 원하고 존중받기를 바란다. 남자라서 당연히 해주는 게 아니고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 상대는 지치기 마련이다. 삶의 태도가 사람을 완성시키듯 나는 외벌이 쌍둥이 아빠로 이제 주7일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매일 12시간~14시간 정도를 일하지만 그 당연함 속에는 아이에 대한 사랑도 들어있고 아빠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아내에 대한 서운함 속에는 서로에 대한 당연함이 존재하듯 감정에 휘둘려 아파하기보다 당장 오늘 하루 얼마를 버는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 자식에게도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 어제 배달시켜 먹다 남은 치킨 두조각과 밥을 아침으로 챙겨 먹고 그걸로 모자랄까봐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고 출근해 정오가 되기 전 허기짐에 편의점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점심엔 편의점에서 빵 두 개를 반 년동안 모은 포인트로 결제해서 사먹고 저녁 무렵 다시 배가 고파 낮에 먹었던 1200원짜리 빵을 사먹고 퇴근하는 아빠의 삶을 닮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배달하며 다니는 성남의 모습이 스키장 슬로프와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