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보니 이전 어른들이 왜그리 세상사에 관심이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관심은 곧 여유에 기반한 궁금증이다. 내 삶이 여유롭지 않으면 남일 신경쓰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한때는 의미있는 삶을 꿈꾸었지만 그만큼 시간과 공을 들이지는 않았음을 인정한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았고 살다보니 살아졌다. 숨쉬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뱉고 그냥 마신 셈이다.
그렇게 먹었던 공기로 어느새 어른이 됐다. 조금 덜 먹을 걸 그랬나? 이제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두가 동료이자 경쟁자이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고객이 되고 또 다른 분야에선 반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충분한 경쟁력이 없을 것만 같다. 지난해 가족들끼리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었다. 접시를 회수하는 로봇 여러대가 운영 중이었다. 테이블 버튼을 누르면 테이블 옆자리에 도착한다. 접시나 컵 식기류 등을 넣어주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다시 지정된 자리로 이동하는 로봇을 보고 '내 직업도 언젠가는 저런 기계들이 대신하겠지' 하고 걱정이 들었다. 아직 테이블에는 사람을 호출하는 버튼과 기계를 호출하는 버튼이 공존하고 있지만 조만간 사람 모양을 닮은 인공지능봇이 걸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커피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로봇 커피도 마셔보았다. 아직 한식 만들어 주는 로봇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하이패스의 도입으로 고속도로 정산원의 일자리는 줄어들 었다. 내 차엔 하이패스가 없다. 한 때 사용해 보기도 했으나 내 직업도 저들처럼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잠시 창문을 내리기로 했다.
남자는 대부분 업무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한다. 우리 회사 동료의 명함에도 팀원도 없는데 팀장이라 적혀있다. 어디 밖에 나가서 기죽지 말라는 뜻이다. 보통 중소기업일수록 직책의 이동이 빠른듯 하다. 그만큼 해야할 일도 많지만 급여는 두 사람 직책만큼 책정되지 않아 아쉽다.
한 해 한 해 졸업생들은 거리에 넘쳐나는데 이제는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 도서관에 있던 이들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을텐데 거리에 남아있는 의자가 많지 않다. 아마도 빼앗긴 들에 봄은 오지 않으려나 보다.
아이는 어른에게서 빼앗은 스마트폰을 봄. 빼앗긴 자에게 오지 않던 봄은 뺏은 자에겐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