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인생

너는 주변의 온도를 변화 시킨 적 있니?

by 이백지

1년 만에 다시 찾은 곰돌이 참국수


그 때도 토요일 당직 근무로 방배동에 왔다가 먹은 거였는데 오늘도 당직 근무로 근방에 일이 있어 들렀다. 기억이 지배하는 맛 두 가지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여사친네 집에서 먹은 미역같이 생긴 고르덴 문양의 곰피! 미역을 고데기로 볼륨감을 주어 만든 음식인줄 알았던 나는 참국수에 떠있는 초록잎이 청경채라는 사실을 알아채리지 못했다. 배추인가? 좀 작은 게 양배추인가? 양상추인가?


어는 분야건 세부적인 디테일을 모르면 충격이 더한 것 같다. 가끔 영화에 숨겨놓은 감독의 의도가 그러하고, 음악과 음식에 있어서도 그렇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아내는 곰돌이 참국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며 아이돌 여가수의 외모와 화장을 지적하듯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 게 안 이쁘다고 하면 홍시는 이제 장금이 외에는 아무도 그 맛을 모른다고 해둬야겠다.


여전히 국물이 전해주는 뜨끈한 기운이 좋았다. 어쩌면 나는 여사친네 집에서 먹었던 곰피와 이집의 참국수 맛, 그 날의 온도를 좋아했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과 사랑의 온도 말이다. 문득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먹게 해주고 싶었다. 아빠가 좋아하는 맛이라고 소개하면 아이들은 맛있게 먹어줄까? 안타깝게도 여사친 어머님 댁에 가서 곰피를 먹일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미 각자 결혼도 했고 우리 아이들보다 좀 더 큰 아들도 존재하니 곰피는 추억 속의 음식으로 간직해야겠다.


딸은 곰처럼 저녁을 드셨다. 쑥과 마늘만 먹일 순 없는 노릇이다.


내가 가진 기술과 힘으로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참 멋지게 산 결과가 아닐까? 한 그릇의 국수를 먹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선다. 다음 번 사장님과의 만남에서는 아이와 함께 와보기를 희망해본다.



건물 옆 동그란 달에 2023마리 토끼가 할로겐 전등처럼 빛나고 있다. 이내 그 빛의 온도가 백열등처럼 변하였다.




누군가는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한강을 찾는다.











"곰피 먹으러 갈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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