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는 만 70세로 무임승차는 복지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 말씀하셨다. 반면 나는 혜택을 받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불필요한 세금 낭비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장애인이라든지 참전 용사에게 무임승차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일정 나이를 지난 이에게 진행하는 것에는 세금을 내고 있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복지라 여기는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뚜렷한 주수입이 없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과 자녀들이 보내주는 용돈에 생활비를 의지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내가 불효자가 되는데 결혼 전 매달 일정 금액을 보내드리다가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용돈을 드리다가 아이가 생기면서 전혀 드리지 못하고 있다.
아내의 논리는 아버지께 용돈 드릴 거면 우리 엄마에게도 동일한 금액의 용돈을 보내달라는 거였다. 아버지께서는 수입이 없으셨고 장모님께서는 일을 하고 계셨기때문에 외벌이로 돈을 벌고 있는 입장에서 양가에 용돈을 보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 달 생활비로 월급을 다 쓰는 형편이었고 가끔 생활비가 모자랄 때는 신용카드로 다음 달 갚아나가는 식으로 살게 됐다.
결혼 전부터 무임승차에 대해 아버지와 나의 입장은 극명했다. 결혼 전에도 뚜렷한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위주로 생활했던 아내의 이력이 마음에 걸려 결혼까지 생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입장이었으나 아버지께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자신도 외벌이로 자식 셋 키우며 살지 않았냐며 닥치면 어떻게든 살기 마련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결과적으로 그 용기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들의 용돈 중단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데도 불과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그건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적어도 성실하게 일을 하며 자신을 수양하며 인내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 및 자영업자들에게 일을 하지 않는 이는 가정경제의 무임승차자라 볼 수 있다. 그 지점에서부터 열차가 곡선코스를 돌듯 아내와 나의 관계는 삐걱거리게 되었다.
장모님은 아직도 아내에게 생활비에 보태쓰라고 용돈을 보내신다. 명목상으로는 손주들 장난감, 간식 사먹이라고 보내는 돈이지만 우리는 지금 효도해야 할 나이에 역으로 효도를 받고 있는 셈이다. 매일 밤 마시는 술과 배달음식, 펜트리와 냉장고의 음식의 양만 줄여도 효도받지 않아도 될 것을... 오늘도 곰팡이 핀 방울토마토를 버리며 한 숨이 나온다.
막걸리 두 병을 비우고 들어간 아내의 빈자리에 아내의 희망 2천원, 5천원 당첨 복권을 아빠의 희망 아들이 바닥에 뿌리고 있다. 딸은 머리카락을 자르고 만 원 어치 귀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