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버려야

영원의 교환일기 제 16편_원에게

by 겨울

안녕 원 -

가벼운 새해다.

다음 달에 웨딩 촬영을 앞두고 식단을 하고 있거든.

가벼워진 몸만큼이나 정신도 가-뿐해지는 새해라 얄루


나의 묵은 내장지방들을 볼 때마다 '저거 언제 빼냐..언제 빼냐' 말만 되뇌이고

한동안 그냥 방치해뒀어.

그게 내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를 비워내는 일은 늘 어렵잖아.


그래서 올해 새해 목표 중 하나가 '비워내기'야.

2025년은 채우는 한 해였거든?

잔뜩 몰아넣고, 채우고, 또 채우느라 내가 어떻게 되는 줄도 몰랐지.

어렸을 땐 뷔페 이야기만 들어도 침이 줄줄..이었는데 나이가 좀 든 뒤로는 뷔페 이야기에 땀이 줄줄 나..

'무한리필'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벌써부터 소화가 안되는 기분이랄까.

나이가 들수록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삶도 너무 많이 채우면 꼭 탈이 나는 것 같아.


내 몫이 아닌 것들은 비워내려고 해

이를 테면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 지나친 두쫀쿠, 늘 나를 과대평가하는 무리한 목표들 ...

예전엔 '틈'만 나면 무언가를 해내려고 했는데, 이젠 그 '틈'을 그저 비워두고싶달까 !


그동안 열심히 했던 연구회를 다 그만뒀어.

사실 시기상 딱 지금 더 내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때인데, 그럼에도 그만뒀어.

내가 품고있을 수 있는 건 언제나 '총량'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연구회를 품고있음으로 인해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았거든.


말 꺼내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는데, 하고나니 후련해.

이제야 내 안에 공간이 좀 생긴 것 같아.

앞으로 펼쳐질 기회가 사라진 것보다도

비움으로 생긴 '자유'가

좋아 좋아 좋아 무지!


내 이름이 수영이잖아.

옛날에 내가 말했었나? 나 어릴 때부터 닉값하고 싶어서 '수영'을 배웠다고.

수영을 배우면서 알게된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힘 빼기의 중요성>이야.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잔뜩 힘주고 발버둥칠수록 아래로 가라앉을 뿐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오히려 힘을 빼야 앞으로 나아가는 그 역설이 넘 매력적인거야.

그 때부터 나는 수영하듯 살고싶다고 생각했어. (물론 생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


원이가 말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도 어쩌면 비움과 맞닿아 있는 말 같아.

너는 무엇을 버려야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

지금을 만끽하기위해 너는 어떤 걸 비우고 싶은지 궁금해.


총총.

채움 보다 비움의 미학에 꽂힌 영이가


p.s 최근 정말 재밌게 읽은 책 <자몽살구클럽> 속 한 대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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