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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조선시대 문장가 상촌 신흠의 한시에서

by 서순오

생명을 잉태하거나 낳을 수 있는 것을 자연 속에서 찾아보면 씨앗, 뿌리, 그루터기 등이 있다. 땅 속에는 온갖 종류의 씨앗이 떨어져 묻혀 있다가 봄이 되면 새 생명의 싹을 틔운다. 나무도 겨우내 죽은 것 같이 앙상하게 서 있지만 봄이 되면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운다. 태풍에 넘어져 줄기와 가지가 잘리고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것들도 새봄이 되면 그 위에서 싹을 틔운다. 이렇게 생명이 있는 것들은 봄과 여름을 지나면서 한껏 생명의 기운을 온몸에서 발산해서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는 말은 조선시대 문장가 상촌 신흠의 한시(韓詩)를 풀어쓴 글귀이다. 버드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상촌 신흠은 송강 정철, 노계 박인로, 고산 윤선도와 함께 조선시대 4대 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겨울산행을 하다가 상고대 꽃을 만나는 신비를 무주 덕유산에서 맛볼 수 있다. 눈이 온 뒤에 나무에 맺힌 이슬이 얼어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은 흡사 천상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그 위로 햇살이 비칠 때 무수히 반짝이는 보석들을 바라보며 온몸의 감각과 영혼이 새롭게 깨어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나무는 그렇게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최상의 모습으로 맞이하여 최고의 수준으로 승화시켜 멋진 조화를 이루며 빛나는 축제를 벌이고 있다.


추위가 와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더위가 와도 나무는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안으로 안으로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둥치의 두께를 더하고 나이의 테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세월의 역사를 써 나긴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주목들은 더 그러하다.


인생살이 길어야 120년! 이 유한한 생애에 버드나무 같은 의지와 주목 같은 생명력으로 날마다 빛나는 축제를 벌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사진 : 무주 덕유산 상고대 눈꽃
조선시대 문장가 상촌 신흠의 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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