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은 사는 것보다 안 힘들다

제12좌~제16좌 청계산, 북한산, 천마산, 백운산(동강), 관악산

by 서순오

제12좌 네 번 오른 산 : 과천 청계산(2020. 1. 30. 목)

과천 정계산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지금까지 3번 올랐다. 토요산악회에서 2번, 이화여고 친구들과 1번이다. 2018년에 토산에서 오를 때 1번은 정상을 밟지 않고 계곡에서 놀다 왔고, 2019년에 갈 때는 정상을 찍었다. 그런데 그때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안 할 때였다. 2020년에 이화여고 친구들이 마침 청계산을 간다고 해서 그때 정상에 올라 제12좌 인증을 했다.
아, 청계산 기록을 찾다 보니까 언젠가 1번 청계산을 오른 적이 있다. 한 10여 년은 된 듯하다. 청계산 바로 아래서 체육대회를 하고, 점심도 먹고, 오후에도 일부 경기를 했다. 끝나고는 자유롭게 청계산 산행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어디까지 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약 1시간 정도 오른 듯하다. 헉헉거리다가 반쯤 올랐을 때 조망 좀 보고 그냥 내려왔다. 그러고 보면 청계산은 총 4번 오른 산이 되겠다.
이화여고 친구들과 청계산 산행하는 날인데, 날씨가 너무 좋고 친구들도 딱 7명 함께해서 오붓하니 좋다.
오전 11시 청계산입구역에서 만났다. 원터골 입구에서부터 매봉까지 오르는데 급경사 오름길이 이어져서 조금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다. 날씨는 포근하고 미세먼지 없이 맑고 쾌청하다. 하늘은 파란 자유, 흰 구름 두둥실 떠가고, 겨울나무 사이로, 숲 위로 주변의 산 능선과 하얀 아파트가 동화나라처럼 보이고 저 멀리 롯데타워까지 시원하게 조망이 된다.
친구들이 가져온 커피와 과자와 내가 가져온 귤 먹으면서 바위에서 의자에서 전망대에서 정자에서 쉬어가는 시간도 넉넉히 가지며 산을 오른다.
한 친구는 하루 서울 올 때 일정이 3~4개라서 정자까지만 오르고 지름길로 내려가고, 친구 3명도 산행 후 일정이 있다 하여 헬기장 바로 아래 전망대까지만 오르고 내려간다.
나는 지난해에 토산에서 한 번 청계산 매바위봉과 매봉에 올랐는데, 인증 타월 없이 인증숏을 찍어서 오늘은 꼭 인증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울 친구들 3명도 함께 오른다. 이왕 오른 김에 매바위와 매봉까지 안 오르고 가면 아쉬움이 남을 거라면서. 오를수록 풍경은 점점 멋져진다. 매바위봉과 매봉 올라서 탁 트인 풍경을 가슴에 품고 정상석에서 인증숏도 찍는다.
그리고 원점회귀로 하산해서 처음 친구들 만난 곳에서 다시 만나 한우 시래기국밥이 맛있는 집에서 살짝 늦은 점심을 하기로 한다.
급경사 나무계단 성큼성큼 내려오니 1시간 이내로 하산하겠다 싶었는 데, 아하! 정자 지나서 난코스 등장!
우리가 올랐던 길이 잘 안 보여서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니 요기로 가라 해서 따라가니까 글쎄, 급경사 낙엽이 수북이 쌓인 젖은 진흙길. 스틱도 안 가져왔는데,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마음을 졸이며 내려온다. 어찌나 힘이 드는지 한 친구는 다리에 힘이 다 빠져서 더는 못 걷겠다 하고, 그렇게 알바를 한참 한다.
길 거의 다 내려와서 산을 오르는 분이 있어서 또 길을 물어보니 우리가 내려온 그 길을 '지랄 같은 길'이라고 표현하신다. 세상에나! 우리가 오늘 그렇게 산행을 했다.
그래도 안전하게 잘 내려와서 먼저 내려온 친구들 다시 만나 맛있는 한우 시래기국밥 한 그릇 먹으니 피로가 쫘악 풀린다.
친구들은 모두 근처에 사는 친구 집으로 가서 차를 마시고 쉬었다가 일 보고 한 친구가 오면 만나고 간다는데, 나는 이번 토요일에 또 산행이 있어서 그냥 집으로 온다. 조금 고생은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제13좌 나의 이야기산 : 서울 북한산(2020. 2. 1. 토)

지금까지 나의 산행 중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긴 곳이 북한산이 아닐까 싶다. 결혼 후 30대 시절에 우리 남편 친구들 세 가정과 부부 동반에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오른 산이다. 내가 그날 하산길에 인대가 늘어나 엄청 고생을 한 산행 기억을 소환해 수필을 써서 <위로 아래로>란 제목으로 등단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함께 산행을 하지 못했다. 산행을 중지시킨 장본인이 바로 나였다.
그리고 다시 산행을 시작해서 7번 정도 오른 산이 북한산이다. 여고 친구들과 1번 차마고도 길을 걸었고, 토산님들과 5번, 수도산님들과 1번 의상능선을 올랐다. 그런데 백운대 정상은 딱 한번 밟아보았다. 아마도 100대 명산 인증을 하지 않았다면 정상에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철난간을 잡고 암릉을 오르는 아슬아슬한 구간은 바로 밑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실제로 올라보면 쓰릴 만점이다. 조망도 탁 트여 사방팔방 그림 같은 풍경이 발아래 쫘악 펼쳐진다.
나의 이야기산 북한산은 앞으로도 많이 오르게 될 것 같다. 100대 명산 완등을 하고 조금은 자유로운 산행을 하게 되면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달마다 북한산을 올라보리라. 때로는 함께, 가끔은 혼자 걸어도 좋으리라.

북한산은 여러 번 갔지만 백운대는 한 번도 못 올라보아서 '이번에는 꼭 올라보리라' 각오를 하고 약속 장소인 북한산 우이 경전철역으로 향한다. 오전 10시, 모두 10명 참여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9명이 간다 했던데 오늘 아침에 1명이 더 온다고 해서다. 덕유산 리딩 대장님을 비롯해서 남자는 7명, 여자는 3명이다.

북한산 우이 경전철역을 출발해 진달래 능선 쪽으로 오르는 초입까지 우이동계곡이 이어지는데 물이 참 맑다. 계곡 왼쪽으로는 숲 속의 시와 태극기 100년史가 전시되고 있어서 신기해서 담아본다.

대장님이 '뭐 오늘 코스는 진달래 능선을 타고 가는 초급 수준'이라고 하더니만, 그게 아니다. 처음에만 그렇다. 진달래 능선 초입 들어서니 살짝 오르막길이고, 한동안은 편안한 능선길이다. 저 멀리 북한산의 뛰어난 봉우리들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가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어서 조망하며 걷노라니 성곽길이 나오는데 멋지다. 진달래 능선길은 그래도 걷기가 좋았는데 성곽길 접어드니 바위가 많고 계단도 많다. 그런데 오를수록 풍광이 장관이다. 산악인들이 왜 북한산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대동문 지나 점심을 먹고 능선길로 가다가 성곽길을 따라가노라니 백운대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그야말로 빙 둘러가는 코스이다. 북한산 성곽길을 걷다 보니 아직 눈이 조금씩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그냥 눈이 왔었구나 그런 흔적이다.

참 옛날에는 왕정시대라 요렇게 높은 곳에 성도 쌓고 그랬구나, 우리나라가 전쟁을 많이 치렀구나, 하면서 걸었다. 듬직한 젠틀맨님이 후미를 맡아주셔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서 걷는다.

사진만 안 찍으면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는데, 그래도 사진을 남겨놓으니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어서 좋다.

대동문 지나 동장대 지나 가는데 수북이 나뭇가지에는 마른 낙엽이 가득 달려있고 바닥에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숲이 나타나는데 참 운치가 있다.

'와아! 저 숲길에 조금 있다 가면 좋겠다.'

그렇지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하고 계속 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갈 길이 멀어서다.

갈수록 굽이굽이 비경이 펼쳐지고, 드디어 북한산 최고 문이라는 백운봉 암문 도착! 30대 시절에 여기까지는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18년 4월 토산과의 만남이 세월이 훌쩍 지난 뒤의 일이다. 이렇게 다시 산행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북한산 암문까지 오니 백운대 오르는 길 쪽으로는 급경사 바위 위로 철난간이 이어진다. 다른 분들은 지난달 산행에서 백운대 모두 찍었다고 안 올라간단다. 그래서 리딩 대장님과 둘이서 백운대를 오른다. 백운대는 처음이라 꼭 올라야 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북한산 왔으면 당연히 백운대는 오르는 거'라고 대장님이 얘기를 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북한산 백운대에서 블야 100 산 13번째 인증을 한다. 리딩 대장님 덕분에 좋은 사진도 많이 남기고 난코스를 무사히 잘 소화해내서 마음이 뿌듯하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백운대 정상에 서니 사뭇 마음이 숙연해진다. 3.1 운동 암각문과 통일 서원비도 있어서다. 외국인 커플도 두 쌍이나 백운대 정상에서 즐겁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 어떤 다른 산을 올랐을 때보다도 오르기가 힘든 만큼 성취감이 크다. 도봉산에 오를 때도 그랬는데 싶다. Y계곡을 타고 가서 신선대를 오르는 맛이 남달랐다. 이곳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로 그 맛을 다시 맛본다.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산은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리라. 봄여름 가을 다른 계절에도 또 올라보고 싶다.



제14좌 산행은 사는 것보다 안 힘들 : 남양주 천마산(2020. 2. 8. 토)


천마산역 집결지는 2시간 정도 걸려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선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청개구리 리딩 대장님을 비롯해서 오랜만에 보는 토산님들이다. 남자는 9명, 여자는 5명인데, 딱 산행하기 좋은 적정인원이다.

먼저 준비 운동하고 산을 오른다. 천마산은 흙산이고 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걷기는 좋은데 힘이 든다. 물론 힘이 들어야 운동이 되는 것이긴 하다.

다른 산악회에서 오신 분들이

"혼자 오셨어요?"

"아니요."

오늘도 혼자서 후미다.

언제쯤에나 오름길에서 힘든 것이 없어지려는지. 오늘도 쌕쌕거리며 오른다.

그래도 청개구리 리딩 대장님 늘 하는 말이 있다.

"산행하는 건 사는 것보다는 안 힘들다."

'그런가?'

생각해본다. 그럴지도 모른다.

산행은 하루 아니면 이틀이면 힘든 일이 다 끝나고, 정상에 오르는 기쁨이 있고, 하산의 뿌듯함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 인생은 산행에 비하면 훨씬 더 길고, 그래서 더 많이 인내해야 할 일이 있다. 또 열심히 노력해도 정상에 서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안전하게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아프거나 병들거나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 전쟁에 노출되어 있는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등 불안한 요소들이 많은 오늘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산행은 사는 것보다 쉬운 일일 런지도 모른다. 산을 오를 때마다 '이렇게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가 뭘까? 산행 횟수를 좀 줄여야지.' 이러고 오른다. 사는 일이 힘들 때면 가끔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산을 오르는 게 힘들어도 정상을 밟고 안전하게 하산하면 마음이 뿌듯하다. 사는 일도 인생 끝날에 그런 뿌듯함이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안전하게 즐겁게 산행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천마산은 예전에 천마산 눈썰매장에 온 적이 있고, 천마산기도원에 수련회를 온 적이 있고, 여동생 집이 마석이어서 근처에 와본 적은 있는데, 정식으로 천마산을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개구리 리딩 대장님 하는 말이

"천마산 쉬운 산 아니에요."

그러더니 계속해서 오름길이 이어진다. 오랜만에 온 토산여님은 초반부터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나 역시 매번 오르는 산이지만 오름길은 힘들다.

조금 오르니까 천마산 스키장 조망이 하얗게 보인다. 응달에는 아직 수북이 쌓인 낙엽 위로 잔설이 남아있어 운치가 있다.

정상에 오르니 탁 트여서 전망이 좋다. 바위와 소나무가 잔설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천마산 정상에서 블야 100대 명산 14번째 인증숏을 찍고 단체사진도 찍는다. 주변 풍경을 조망하며 조금 쉬다가 하산한다.

하산길도 처음엔 급경사 계단길, 바위길인데, 내려올수록 편안한 흙길이다.

날씨는 바람이 조금 불지만 제법 포근하다. 미세먼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시야를 가릴 정도는 아니다.

토산님들 14명 즐겁게 안전하게 산행하고 <미당>에서 맛있는 흑돼지 삼겹살로 뒤풀이한다.



15좌.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동강 조망 : 동강 백운산(2020. 2. 22. 토)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비상인 가운데 망설이다가 정선 동강 백운산 산행을 한다. 자난 주에는 토산에서 평창 계방산 산행을 하려다 못 갔다. 가려고 다 준비해놓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컨디션이 영 안 가고 싶다. 그래서 대체로 몸의 리듬을 따르는 나는 못 간다고 연락을 하고 늘어지게 늦잠을 잤더니 몸이 개운하다.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 때문에 좋아하는 사우나도 거의 두어 달 못 가고, 산행도 지난 한 주 쉬고 나니 영 꾀가 난다.

런데 오늘 동강 백운산 산행은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엄청 힘들다. 오름길 2km도 완전 바위길 급경사고 내리막길 6km도 완전 바위길 급경사로만 이어져 있다. 거기다가 비가 온 뒤라 땅이 젖어 진흙이 신발에 달라붙어 미끄럽다. 바람은 또 어찌나 세게 부는지 모자가 날아갈까 붙잡고 스틱 잡고 로프 잡고 안간힘을 쓰면서 산을 오르고 내린다. 간간이 눈발도 날린다.

백운산 신행은 딱 두 팀이다. 주차장에 버스가 두 대니까~. 리딩 대장님 하는 말이 산이 험해서 사람들이 안 오는 거라고, 근처에 편의시설도 거의 없단다. 그럴 만도 하다. 산 곳곳에 '추락위험' 표시가 있다.

백운산에서 블야 100 산 15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아, 그런데 이제 이런 건 그만하고 싶다. 앞으로 100대 명산을 다 인증하려면 이곳 동강 백운산보다 훨씬 더 힘든 곳도 걸어야 하는데 내 체력으로는 좀 무리다 싶다.

그냥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산을 10km가 넘지 않는 산으로, 험하지 않은 산으로, 계절마다 멋진 산으로, 그렇게 산행을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뭐 100대 명산 완등 했다고 자랑할 것도 아니고 나는 또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괜찮다.

지난 연말에 칠갑산 산행할 때 함께했던 자매를 만났는데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올라가기 시작할 때 보고 내려와서 본다. 자매와 함께 온 일행도 있어서 인사만 한다. 그 자매는 정상석 이외 사진은 거의 안 찍는다고 하니 빨리 오르고 내려오는 것이다.

오전 10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총 8.7km를 산행시간으로 6시간이나 주어서 오후 4시가 하산 집결시간이다. 그런데 전원이 일찍 하산해서 오후 3시에 귀갓길에 오른다. 산은 험하지만 시간을 넉넉히 준 탓이고, 또 바람이 세게 불어 추워서 싸온 점심을 안 먹고 내려와서다.

나는 정상석 찍고 조금 내려오다가 여럿이 점심 먹고 있는데 끼여서 어묵국에다 닭다리에다 밥을 빨리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는 사과 한 개를 먹는다.

그리고 부지런히 내려오니 갈림길에 리딩 대장님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이쪽으로 가세요!"

또 다음 갈림길에서도 똑같이 친절한 안내가 고맙기만 하다.

"앞으로 직진하세요. 1km 남았어요."

그러고도 급경사 로프 길이 만만치 않다. 로프 잡으랴 스틱 잡으랴 바람에 모자 잡으랴 눈발도 제법 날리는 세찬 바람 속, 겨울 아닌 봄, 변덕스러운 날씨를 맛본다.

산은 대체로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내려올 때는 비교적 쉬운 법인데, 오늘 동강 백운산 산행은 오를 때나 내려올 때나 똑같이 힘들다. 요리조리 로프를 잡고 스틱을 짚고 오르락내리락해서 저녁에 무릎이랑 팔이 조금 아플 것도 같다. 이제까지는 산행 후유증 이런 거 별로 없었는데 말이다.

하산길에 바람이 어찌나 세었는지 낙엽이 흩날리는 걸 동영상으로도 담아본다.

힘은 들었지만 색다른 산행 경험이었고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동강 조망도 실컷 했으니 그런 면에서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무사히 안전 산행해서 감사하다. 리딩 대장님 그룹이 한 대여섯 분 함께 오셨다. 나는 오늘도 후미인데 여러분이 잘 챙겨주신 덕분이다.


제16좌. 서울에 있는 명산 : 서울 관악산 (2020. 3. 7. 토)


서울에 있는 명산 중에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불암산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것 같다. 산 이름만 듣고는 명산인지 아닌 지 잘 구분이 안 가는데 산을 몇 번 올라보면 안다.

이제 겨우 북한산 4번, 도봉산 3번, 수락산 2번, 관악산 3번, 불암산 1번 정도 올랐다, 예전에 오른 것까지 다 합쳐 보아도 말이다. 산을 제대로 알기에는 아직도 멀었어다.

함께 한 토산님 중 한 분이 적어도 하나의 산을 예닐곱 번 올라도 그 산을 잘 모른다고 한다. 오를 때마다 코스에 따라 산은 전혀 다른 모습이란다.

관악산 산행 역시 그렇다. 사당에서 사당 능선 타고 오르기 시작해서 국기봉, 거북바위, 촛대바위, 남근석 지나 파이프 능선을 바라보며 점심 먹고, 힘든 파이프 능선 바위 타고, 관악산 정상과 연주대 인증숏 찍고, 또 바위길을 걸어 서울대 공학관 쪽으로 내려왔다.

맨 처음 도착한 국기봉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을 응원한다"는 듯이다. 도시 조망도 시원하다.

토산님들 모두 18명 참석, 남자 12명, 여자 6명이다. 이 정도 인원이 산행하기에는 딱 좋다.

데크길은 편안하긴 하지만 조금 지루하고, 바위길은 오르는 건 힘들지만 재미가 있다. 오를수록 주변 조망이 점점 더 좋아진다. 지나온 길을 쭈욱 한번 돌아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쭈욱 내려다본다. 앞으로 올라가야 할 길과 봉우리들도 바라본다.

'언제 저기까지 가나?' 싶지만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정상에 닿는다. 그런 묘미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것 같다.

파이프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은 바위가 많다. 그래도 제법 재미있게 오른다.

통천문 지날 때 통천문 사이로 보이는 소나무와 연주대와 관악산 정상 모습이 멋지다. 이모저모로 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오른다.

데크가 없을 때는 로프 줄을 타고 정상까지 올랐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를 보니 현기증이 난다.

자세히 보니 청개구리 대장님과 토산님 한 분은 그 길로 오르고 있다. 바위를 평지처럼 걷는 저이들은 도대체 무슨 과인가 모르겠다. 아무래도 다람쥣과가 아닐까 싶다. ㅎㅎ.

관악산 정상석에서 블야 100 산 16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2년 전 가을에 토산에서 관악산 단풍산행을 했는데, 그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줄 서는 게 시간이 많이 걸려 인증숏을 못 찍고 내려왔다. 아쉬워 아쉬워했는데 오늘 그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아이들도 여럿 산을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학교를 안 가니까 부모님 따라 산을 오르는 듯하다.

우리도 아이들 어렸을 때 자주 산엘 데리고 갔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운동신경이 좋아 무슨 운동이든지 잘한다. 스케이트도 수영도 자전거도 잘 탄다. 무어든 어렸을 때 훈련하는 건 좋은 일이다.

리딩 해주신 청개구리 대장님, 후미 맡아주신 망태기님, 두 분이 맛있는 음식 만들어오시고, 또 만들어주시고, 두루두루 너무 고맙다. 함께 즐겁게 산행한 토산님들에게도 감사하다.

이화여고 친구들과 과천 청계산 산행
북한산 정상 백운대에서
좌 : 천마산 정상석에서 / 중: 동강 백운산 우리나라 지도 / 우 : 관악산 파이프 능선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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