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건 싫다

제17좌~제20좌 감악산(파주), 덕룡산, 칠보산, 마이산

by 서순오

제17좌 감악산 출렁다리 : 파주 감악산(2020. 3. 14. 토)


좋은산에서 40인승 만석으로 파주 감악산 산행을 한다. 블야 100 산 완등 하는 이가 있어서 선물도 준다. 칫솔 2개와 연양갱이다.

감악산 출렁다리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악자가 붙은 산은 바위가 많고 험하다'라고 하는데, 감악산 역시 바위가 많다. 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지난번에 한 번 올 때는 좀 편한 코스로 왔는데, 오늘은 좋은산에서 안내하는 정 코스로 오르는 데도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오전 7시 사당을 출발해서 9시에 감악산 주차장 도착, 출렁다리 조망하고 건너서 부지런히 오른다. 2시간 정도 오르니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도착한 봉우리는 악귀 봉이다. 주변 조망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다음은 장군봉이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위들과 호수와 산들이 멋지다.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덕분에 천천히 주변 조망을 하며 사진도 찍으며 걷는다.

날씨는 딱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걸으면 살짝 땀이 나는 정도이다.

임꺽정봉 지나 정상은 금방 도착한다. 악귀봉, 장군봉, 임꺽정봉, 모두 다 조망이 좋다.

나는 어제 인터넷으로 산 바람막이를 입고 왔는데 천도 좋고 가볍고 이쁘다.

정상에서 완등 하신 분과 리딩 대장님과 함께 인증숏도 찍는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조금 차갑다. 추워서 겉옷을 꺼내서 껴입는다. 완등팀이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핸드폰으로 찍어놓은 사진 구경을 한다.

하산길 혹 길을 잘못 들면 헤맬 수도 있어서 기다렸다 같이 가기로 한다.

완등팀은 절차가 많다. 촛불 켜고 사진 찍으랴! 단체사진 찍으랴! 개인 사진 찍으랴! 5년 걸려서 100개의 명산을 완등 하신 거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아마 나도 완등을 한다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올라갈 때 함께 하기로 한 세 분은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봉우리마다 도착해봐도 없고 정상에 도착해봐도 없다.

정상에 도착해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완등 하는 이 그룹이 우르르 올라온다. 함께 완등 단체사진 찍고 밥상을 차리는데 회도 떡도 전도 와! 맛있는 게 천지다. 그래도 과감하게 사양하고 기다렸다가 같이 내려온다.

감악산 리딩 하신 미산 대장님은 여자분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장님이다. 두 번 함께 했는데 살가운 게 마음에 든다. 가져간 사과 한 개 드리고, 나도 한 개 먹는다.

아까 오를 때 함께 한 세 분이 내려와서 하는 말이 봉우리마다 '언제 오나?'하고 기다렸다는데, '제가 오름길에서는 걸음이 느려서요, 괜찮아요'라고 한다. 덕분에 완등 하신 이들 그룹을 만나 재미나게 보냈으니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하산길은 편안하다. 파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북한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오늘은 약간 미세먼지가 있어서 가시거리가 좋지 않다.

나는 요번 파주 감악산 산행이 두 번째인데, 지난번에도 이길로 내려왔다. 그때는 날씨가 맑아 북한 땅이 가까이 보였는데 말이다.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개성에 있는 송악산을 가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까 '악'자가 붙은 산을 벌써 3개나 올라본다. 치악산, 관악산, 감악산을 올랐으니 말이다. 남쪽에서는 제천 월악산, 가평 운악산이 남아있다.

오후 2시 하산 완료. 서울로 출발한다. 4시 사당 도착, 5시 집 도착이다. 오늘로 블야 100 산 17번째 인증을 한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 이렇게나 뿌듯한데 산을 아니 오를 수가 없다. 담주 산행이 기다려진다.



제18좌 암릉과 어우러진 진달래 산행 : 강진 덕룡산(2020. 4. 4. 토)


금무박 다매산 덕룡산+주작산 +두륜산 산행을 한다. 종주 코스는 총 25km에 12시간 코스라 덕룡산과 두륜산만 타려고 했는데, 남자분 두 분이 오시면서 택시비 아까우니 덕룡산 타고 주작산 조금만 타고 내려가잔다.(이 코스는 총 10.5km로 7시간 코스이다.) 그래서 초행길이라 길을 잘 모르니 그렇게 하기로 한다. 덕룡산 타고 두륜산 타려면 수양마을로 내려가 택시를 타고 오소재로 가서 두륜산을 타야 하는데 말이다. 이 코스는 총 16km, 8시간 코스이다. 택시비 아끼게 되어 다행이다.

새벽 4시 30분 헤드랜턴을 켜고 산을 오르다 보니 빨간 해가 강진만에서 떠오른다. 일출 감상하고 부지런히 오른다. 20대 시절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보았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암릉이 스릴이 있다.

여기도 저기도 진달래꽃길이다. 분홍 옷을 입은 나도 오늘은 진달래 코드다.

산행을 하다 보니 한 분은 몇 개월 만에 산에 오셨다면서 많이 힘들어하신다. 난 그래도 매주 산행을 해서 그런지 걸을 만하다.

드높은 봉오리에 암릉 사이에 핀 진달래꽃이 정말 환상이다. 남도의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덕룡산 동봉 찍고 서봉 찍고, 그래도 아직도 암릉구간이 많이 남아있다.

람이 세다. 그래도 기온은 높아 딱 걷기 좋다.

진달래는 원 없이 본다. 진달래꽃길을 이렇게 하염없이 걸을 줄은 몰랐다. 무어든 소원을 가져보는 건 좋다. 그러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날이 온다.

덕룡산 다 타고 주작산으로 넘어가서 작천소령에서 인증숏 찍고 주작산 휴양림으로 내려온다.

함께 한 남산우 님 중 한 분이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오소재까지 가는 건 무리겠다 싶어서다. 1년에 2-3번 산을 타신다고 하니 오늘 산행이 너무 힘들어서 무리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 산행에서 그런 경험이 있다. 새로 산행을 시작해서 첫 산행 원적산에서다. 무릎이 아파 한 시간 동안 절뚝거리며 내려온 적이 있다. 팁을 몇 가지 가르쳐드린다. 저녁에 가셔서 목욕하신 후 아픈 부위에 맨소래담 바르고 주무시라고.

길다. 총 9시간 산을 탄다. 새벽 4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물론 아침 먹는 시간, 쉬는 시간, 일행 기다리는 시간 포함해서긴 하지만 말이다.

작지만 예쁜 봄꽃들을 담는다. 작천소령까지 오는 동안 꽃과 주변 풍경을 보며 오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함께 한 일행 중 한 분이 늦게 와서 다른 한 분은 보폭을 맞추고 배낭도 들어주신다며 기다리고 나 홀로 걷는다.

살짝 땀이 나기에 겉옷도 벗고 물도 마시고 쉬엄쉬엄 걷는다. 능선길에 가끔은 바위길 그래도 제법 편안한 길이다. 덕룡산 정상, 주작산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새 한 분이 친구분 배낭까지 두 개나 메고서 오셨다. 그러고서도 날아다니신다.

완전 산꾼이시다. 관악산만도 500번 이상 타시고 한국 명산뿐 아니라 해외 명산도 수없이 타셨다고 한다. 두 분 다 고급공무원이시라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 분 다 서울고 출신이라고~.

"저는 이화여고 출신인데요."

그랬더니 동네 후배를 만났다고 엄청 반가워하신다. ㅎㅎ.

우리 일행은 주작산 일부와 두륜산을 안 탔기에 1시간 30분 정도 시간에 여유가 있다. 오소재 약수터에서 가져오신 라면도 끓여주시고, 햇반에 김밥에 사모님들이 싸주신 밑반찬까지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 이래서 오늘도 즐거운 안전한 산행을 감사드린다.

하산 완료하고 나니 참 뿌듯하다.

'오늘도 새로운 코스를 잘 해냈구나!'

엔도르핀이 팡팡 솟는다. 산에서 충전한 에너지로 한 주간이 편안하겠다.



제19좌 7개의 보물이 아니라 7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 : 괴산 칠보산(2020. 4. 11. 토)


괴산 칠보산 산행은 위험한 곳이 없는 편안한 길이란다. 토산에서는 춘천 삼악산을 가는데 암릉지대가 있는 산이란다. 지난주 지지난 주 산행을 좀 힘들게 해서 이번 주는 좀 편안한 산행을 하고 싶어서 토산이 아닌 좋은산과 함께 한다.

"그럴 때도 있어야지 뭐. 항상 힘들기만 해서는 좀 그렇지."

지난번 칠갑산에서 만난 자매도 다시 만나 재미난 산행이 되겠다. 물론 옆자리 짝꿍도 내 또래인데 혼자 오신 여자분이긴 하다.

쉬엄쉬엄 느릿느릿 자연을 충분히 즐기면서 산행을 해보자. 날씨도 미세먼지가 좀 있긴 하지만 괜찮고, 거리도 적당하고 좋다.

칠보산 떡바위에서 오르기 시작한다. 계곡에서 시작해서 조금 오르니 진달래가 우릴 반긴다. 길은 오름길이긴 하지만 좋다. 이제 막 초록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들도 담고 바위들과 한적한 길을 담는다.

칠보산 하니까 7개의 보배가 있는 산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7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이라고 한다. 산이 예쁘다. 그다지 험하지도 않고 걷기가 딱 좋다. 군데군데 멋진 나무가 많고 전망도 좋다.

칠갑산 짝꿍은 오늘도 "정상에서 만나요." 하고는 휙 올라간다. 젊으니까 걸음이 빠르다.

오전 9시 20분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집결시간은 1시 50분이라 시간에 여유가 있을 듯하다.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칠보산 정상(해발 778m)에서 블야 100 명산 19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산을 오르다가 나랑 보폭이 맞는 젊은 자매를 만났는데, 이번이 5번째란다. 도란도란 함께 하다가 또 떨어졌다가 그러기를 몇 번이나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자매도 나도 자주 혼자 걷는다.

"시끄러운 건 싫어서요."

어쩌면 나랑 똑같나 싶다. 산에 혼자 온 이유가 바로 여럿이 함께 오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해서 시끄러운 게 싫어서란다.

산과 나무와 꽃과 새와 계곡물과 이야기하려면 조용히 혼자 걷는 게 최고로 좋다.

칠보산 정상에서 인증숏 찍고 전망대 쪽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는 전망대 가기 전에 넓적한 바위에서 둘이서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점심을 먹는다. 나는 도시락을 싸왔고 그 자매는 삶은 계란과 삼각 김밥과 오렌지를 싸와서 맛있게 나누어 먹는다. 내가 싸온 사과 한 개를 나누어 준다.

칠보산은 하산길이 오르는 길보다 조금 더 가파르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고사목들과 물개바위와 돌탑 등 신기한 것들을 담고 진달래도 많이 피어 있어서 담고 내려온다.

하산길에 쌍곡계곡을 만난다. 계곡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려 청옥빛 담을 이루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담긴 선녀탕이란다.

여름엔 그야말로 산행 후에 알탕을 해도 좋을 담이다. 여름 산행이 더 좋을 칠보산 쌍곡계곡 물소리가 청량하다. 선녀탕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쌍곡폭포가 있다. 폭포가 잘 안 보여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는 좀 어렵다. 쌍곡폭포 주변으로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다.

쌍곡폭포에서 내려오다 보니까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생강 꽃 벚꽃 앵두꽃, 꽃들이 만개한 걸 보니 완연한 봄이다!

오후 1시 20분 하산 완료! 버스는 1시 50분에 귀갓길에 오른다. 5시 정도면 집에 도착할 수 있겠다.


제20좌 암마이봉 숫마이봉 벚꽃 산행 : 진안 마이산(2020. 4. 17. 금)

원래는 주로 토요일에 산행을 하는데 봄꽃 계절에는 주말에 사람이 많아 금요일에 산행 신청을 해본다. 처음으로 금요일에 가는 진안 마이산 벚꽃 산행인데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단다.

뭐 따뜻한 계절이니까 비 오는 날 산행도 나름 운치가 있으니 괜찮다. 날씨가 좋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어제 산행한 분들이 올린 사진을 보니 벚꽃이 아주 만개하였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건 아니니까 소록소록 조록조록 내리고 있으니까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겠다.

한껏 봄비를 맞고 있는 벚꽃들의 자태, 그리고 산과 봉우리, 신비스러운 산사~. 언젠가 한 번 마이산을 오른 적이 있다. 산악회에서 갔던가 혼자 갔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깊숙이 숨어 있는 탑이 가득한 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여고 졸업 후 대입 준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곳을 다시 가는 마음이 꼭 추억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비가 와서 좋다. 추억이란 비 오는 날 자욱한 안개처럼 아득하지만 길을 걷노라면 조금씩 자태를 드러내며 날 반길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마이산 다가올수록 비는 안 내리고 날이 개서 화창하다. 비가 와서 덥지 않고 구름만 몽클몽클 피어난다. 아마도 최적의 산행이 되지 않을 끼 싶다.

진안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내리니 벚꽃길이 우릴 반긴다. 비는 살짝 내려 우비와 스피치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버스는 28인승 편안한 좌석인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11명이 취소를 해서 17명이 오니까 한적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차는 딱 우리가 타고 온 버스 한 대다.

나는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초반에 한 30여 분 정도 알바를 한다. 내 뒤에 따라오던 젊은이가 GPS가 다른 길로 왔다고 알려준다며 다시 돌아가야 한단다. 에효! 시간에 여유는 있지만 그래도 알바는 아니지 싶다.

비룡대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 산을 오른다. 걸음도 느린데 알바까지 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 할 듯하다.

걷는 동안 저 멀리 있는 비룡대와 숫마이봉, 암마이봉이 조망이 된다. 어느 게 암마이봉이고 어느 게 숫마이봉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뚝 솟은 멋진 봉우리가 보인다.

함께 아르바이트한 친구가 하도 앳되어 보여서 나이를 물어보니 우리 딸과 동갑이다. 내가 걸음이 느려서 함께 가기 뭐한 지 "먼저 갈게요" 하고는 휙 가버린다. 알바 덕분에 우리 일행은 한 명도 못 만나고, 오늘 산행 온 다른 팀도 없어서 계속해서 나 홀로 산행을 한다. 조용하니 차암 좋다.

비룡대에 오니까 완전 날이 갠다. 비룡대 올라 혼자 셀카로 인증숏 찍고 비옷을 벗고 얇은 바람막이로 갈아입는다. 바람은 세차다. 그래도 날씨는 산행하기 딱 좋다. 여유 있게 느릿느릿 이것저것 보아가면서 혼자 산행하는 묘미를 느낀다.

마이산은 정말 길이 많다. 이쪽으로 가야 하나 저쪽으로 가야 하나 지도를 봐도 잘 모르겠다. 몇 번이나 길을 헤맨다. 지도를 꺼내서 보고 이정표를 보고 부지런히 오르락내리락 걷는다.

아마도 숫마이봉 코스는 오늘 산행지도에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숫마이봉도 거의 바로 밑에까지 오른다. 금지 표시 줄이 안 쳐 있었다면 아마 올랐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기가 암마이봉인 줄 알고 어떻게든 오르는 길을 찾아봐도 없다. 숫마이봉은 산행 금지 구역이다.

"뭐 안 오르고 내려가면 어때?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러고는 숫마이봉을 빙 둘러서 내려온다. 한참을 내려오니 그때서야 암마이봉 안내 표시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암마이봉을 오르고 가야지."

하산 집결시간은 오후 3시, 이제 막 낮 12시를 지났으니 아직 시간에 여유는 있다.

주로 혼자 걷다 보니까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완전 마이산을 통째로 소유한 사람 같다.

"뭐 즐기면 되는 거지 별 게 있겠는가?"

드디어 암마이봉 450m 남겨두고 부부가 온 일행을 만난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는 그분들 따라 그냥 내려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암마이봉 꼭 올라가서 인증숏도 찍고 오란다.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는데요."

"암마이봉 정상에 두 사람 있어요."

대화를 주고받는다.

급경사길이니까 산불감시초소 옆에 배낭을 놔두고 가볍게 다녀오란다.

침은 새벽 5시에 먹었고, 낮 12시 30분이 되도록 아무것도 못 먹어서 약간 허기가 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배낭을 나무의자 뒤에 두고 가뿐하게 암마이봉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오른다.

그런데 오르는 길에 다른 쪽에서 올라온 남자 두 분을 만난다. 한 분은 진안 사람이고 한 분은 성남 사람이라는데, 시험 보러 왔단다. 오전에 시험 끝나고 둘이서 암마이봉 오르는 중이란다.

덕분에 내 스틱도 들어주고 암마이봉 정상에서 인증숏도 찍어주고 고맙다. 이 분들 아니었으면 암마이봉 정상에서 인증숏도 셀카로 찍어야 할 뻔했다. 정상에 있다는 분들은 그새 내려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암마이봉에서 이모저모로 사진 찍고 동영상도 담는다. 블야 100대 명산 20번째 인증숏이다.

휙 내려와서 배낭에서 싸온 만두와 찐빵, 사과토마토를 꺼내서 나누어 먹는다.

함께한 이 중 한 분은 다시 성남으로 돌아와야 해서 내가 타고 온 차를 같이 타고 오기로 한다. 둘이서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한 분은 다른 길로 내려가고, 한 분은 나를 따라 하산한다.

점심도 싸왔는데 먹을 시간이 없고, 또 암마이봉 내려와서 찐빵 한 개를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도로 가져올 뻔했다. 그런데 둘이서 산을 내려오다가 혼자 산행 오신 또 한 분을 만난다. 셋이서 같이 내려와서는 주차장에서 내 도시락을 드시겠다고 해서 두 분한테 드리니 맛있게 드신다. 나중에 합류한 그분도 내가 타고 온 차를 함께 타고 서울까지 가시겠단다.

성남 사신다는 분 하는 말이

"오늘 산에서 선녀를 만났다"라고. 세상에나 만두 한 개씩 드리고, 싸온 도시락 드리고, 차편 안내까지 하니까 내가 바로 선녀가 된 것이다. 선녀 되는 거 차암 쉽다.

오전 10시 산행 시작, 오후 3시 하산 완료, 총 10km 5시간 산행이다. 알바 몇 번 했어도 재미난 산행이다. 덕분에 나는 아마도 12-13km는 걸은 듯하다.

마이산 탑사는 예전에 가본 곳이라 들르지 않았는데, 암마이봉이 멋져서 괜찮다.

산행할 때는 힘들어도 산행 후에는 정말 기분이 좋다. 한 주간이 상쾌하고 뿌듯하다. 이리저리 헤매도 이제는 산이 그다지 겁나지는 않는다. 그냥 산에다 나를 맡겨보는 것이다. 발길 닿는 대로, 이정표대로, 지도대로, 때로는 직감대로, 그러다 보면 어느새 완주를 하게 된다. 오늘도 잘 해내서 감사하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남도의 공룡능선 덕룡산 일출과 진달래 산행
칠보산 목계계단과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가 담긴 선녀탕
마이산 숫마이봉과 벚꽃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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