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도 드려 보셨나요?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by 서순오

"그것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도였다. 아무런 말도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새벽에, 오래전에 읽었던, 낡아서 겉표지도 없는, <연금술사>를 꺼내 읽다가, 이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해 촉촉이 젖어오는 눈시울을 닦아내며 한동안 주님을 깊이 응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 늘 중언부언하며 많은 말로 무엇을 달라고 하는 기도가 아니었던가?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신부가 되기 원하는 부모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여행이 좋아 양치기를 선택한다. 어느 날 꿈에 연거푸 나타나는 피라미드를 보고 연금술사를 찾아가기 위해 양을 팔아 여비를 마련해 길을 떠난다.


연금술사를 찾아가는 길에 살렘왕을 만나 우림과 둠밈을 받고, 그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 표지를 따라가라'는 조언을 듣는다. 집시여인을 만나고, 도둑을 만나 빈털터리가 되어 크리스털 상점의 점원이 되기도 하고, 사막을 헤매다가 발견한 오아시스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길을 가다가 연금술사를 만나 거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 가까이에 다가간다.


그때 마지막 고비가 찾아온다. 부족 간의 전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잡혀 목숨이 위태한 지경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산티아고는 이 순간에 바로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도를 드린다. 아무런 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이다. 그리고 기적은 일어난다.


우리가 하나님께 아주 가까이 다가갈 때는 이런 기도를 드릴 때가 아닌가 싶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는 말없이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것처럼, 아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마냥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물의 정기가 '신의 정기'이며, 그것은 곧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은 산티아고는 사막에 바람을 일으킨다. 그리고 바람 속에 피라미드가 보이고 그곳에는 자신의 양 떼와 함께 머물던 낡고 작은 교회가 있다.


파랑새를 찾아 멀리멀리 헤매 다녔더니 바로 자신의 집에 파랑새가 있었다는 이야기와도 유사한 주제이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은 <연금술사>는 나에게 사뭇 다른 기도를 가르쳐주었다. 이제는 이런 기도를 자주, 그리고 깊이, 드리고 싶다.

-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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