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갑작스럽게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가 출입통제를 당했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 백신을 5차까지 맞아야 했다. 물론 3년 차인 2022년 지금까지도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로 인해 시간이 많아져서 나름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한 기회의 시간이기도 했다. 2020년에는 동화를 새로 배웠다. 그동안 동화를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사람처럼 동화학교에 다녔다. 매주 한 번씩 종로까지 가서 하루 2시간씩 배우는 것이다. 우리들이 쓴 동화작품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합평을 했다.
사실 나는 예전에 동화는 많이 배웠다. 1989년에 문창과 대학원을 다닐 때 한우리에서 동화작가 신현득 선생님, 강정규 선생님께 배웠다. 지금 유명한 동화작가 중에는 그때 함께 했던 이들이 많다. 그때 한우리 연구원을 하면서 독서 잡지 <생각하는 나무>를 창간하는 데도 동참했다.
그런데 동화를 쓸지, 그동안 써오고 등단을 한 수필을 계속 쓸지, 습작을 해오던 소설을 쓸지, 대학원에서 전공한 시를 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뭐 장르를 정해놓고 쓰는 건 아니니까 그다지 상관은 없다. 배운 것들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쓴다고 한다. 경험하지 않는 것은 쓰지 않는단다. 허구와 상상력 이런 것은 없다. 그녀의 소설은 거의가 다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궁금해서 소설 몇 권을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을 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 그것은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그 삶이 보통 도덕과 관습에서 많이 벗어난 특별한 경우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 요리는 날것이고 맛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비싼 값에 사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모든 사람 앞에 부끄러움 없이 거침없이 당당하게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을까? 아니 에르노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청소년기에 낙태수술의 아픔을 경험했고, 여러 사람과 사랑을 했고, 이혼했고, 지금은 82세로 혼자 산다. 프랑스에서 먼저 그녀의 날것을 높이 평가해서 여러 상을 주었고, 스웨덴 한림원도 급기야 202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누구나 다 그럴 수는 없다.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날것을 그대로 쓰려면 피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포르노 배우가 되지 않는 많은 유명 배우들이 있다.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지 않는 것이다. 몸매가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을 지닌 자기 자신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 참! 나는 그전에 2018년 4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산행을 다시 시작해서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라는 모토 아래 열심히 산을 타고 있다. 나의 산행은 코로나 상황 중에도 빠지지 않고 매주 1주1산을 실천하고 있다. 2022년 10월 현재 산행 5년 차 300여 개의 산 정상에 올랐다. 산은 갈 때마다 어느 산이나 다 힘들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서게 된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정상에서 드높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산과 강, 바다와 마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쁨이 있다.
돌아보니 좋은 추억도 조금 아쉬운 추억도 있다. 그러나 희노애락애오욕, 그 어느 것이라도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다가올 것은 모두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현재는 있는 그대로 누리는 기쁨이 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에 깔고, 산행과 여행, 책과 영화, 글과 그림,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