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by 서순오

꽃마다 꼭 제 모습에 걸맞은 이름이 있고 전설도 있고 그래서 신기한 것이 꽃이다.


꽃은 식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피어났다가 또 가장 처절하게 시드는 것이기에 꽃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최고의 정점, 절정에 이른 모습이 바로 꽃이다. 만약 꽃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저 피었다 진다면 열매를 맺는 꽃에는 비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열매가 없기에 더욱 화려한 것이 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다른 이름을 '꽃'이라 붙여보고 싶다. 이루어진 사랑이 열매를 맺은 꽃이라면, 이루지 못한 사랑이 열매 맺지 못하는 더욱 화려한 꽃일 것이다. 향기도 꽃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니까 그저 붉게 피어 타오르기만 한다. 그것이 바로 상사화가 아닐까?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빨간 그리움에 지쳐 죽어가는 꽃 상사화! 그 이름! 이룰 수 없는 사랑! 그래서 가장 애절하고도 처절한 사랑! 그 아름다움의 극치!


소년은 길에서 한 번 본 소녀에게 첫눈에 반해서 36년 동안이나 상사병을 앓았다고 한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백우암의 <청별>에 나오는 이야기와 닮았다.

첫사랑이 끝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해서 상사병이 되었을 것이다.
슬픈 사랑! 붉은 꽃 상사화!


나는 산행이나 여행을 하면서 찍어온 사진들을 바탕으로 그림(아크릴화)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림은 2016년 6월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보니 그림에는 은유가 가득 담겨서 글보다 더 좋다. 한없이 그림의 세계로 빠져든다.


글, 그림, 그리움, 사람이 무엇을 쓰고 그리는 이유는 아마도 '그리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상사화의 꽃말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바로 '그리움'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글과 그림으로 탄생하는 것이리라. 또 글과 그림이 재탄생되어 음악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표현되기도 한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는 촉촉한 그리움으로 가슴을 적시는 그 무엇인가가 숨어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영광 불갑산 상사화, 서순오, 아크릴화,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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