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자화상

by 서순오

캔버스 4호짜리에 자화상 하나를 그리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참 전에 완성했는데...' 이러고 보면 또 수정할 부분이 나온다. 같이 그림 그리는 이가 내 자화상을 보고 '목선 부분에 보라색 겉옷을 조금 내리고 목이 드러나 보이면 더 좋겠다'라고 해서 수정해서 그려보니 한결 낫다.


하기사 우리 나그네 인생에 어찌 '완성'이란 게 있을 수 있겠는가? 그저 '미완성'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지... 내게 주어진 인생에 순응하면서, 때로는 거스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면서......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인생을 산다고 해도 '완성'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완성'이란 그저 창조주에게나 구속주에게 걸맞은 언어이니까.


창조주께서 6일 동안의 창조를 완벽하게 다 마치시고 7일에 안식하시면서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말씀하셨고, 주님은 인류 구원의 십자가 사역을 마치시고 숨지시면서 "다 이루었다" 말씀하셨다.


피조물인 우리가 어찌 인생 다하는 날에 이런 고백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후회와 회한이 남는 게 아닐까?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읊조리면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또 한편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어버린다면 어찌 더 살고 싶겠는가? 그러니 이루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은 마음 설레는 일이고, 아직 꿈꾸는 게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미완'이 있기에 '완성'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갈 수 있는 것이리라.


우리의 삶은 '미완'이라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도 사랑도.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미완'이라고 붙여보고 싶다.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도 있지 않은가! 토벤은 작곡을 할 때 두 작품을 같이 구상해놓고 쓰는 겅우가 많았다고 한다. 베토볜의 마지막 교향곡 9번 <합창>과 미완성 교향곡과 10번도 그랬다.


"미완성 고향곡 10번은 연주시간이 11초에 불과한 250개 음표의 네 마디 선율이다. 몇 년 전에 인공지능이 미완의 10번을 완성해서 2021년 독일의 본에서 연주를 했다. 청력을 상실했던 베토벤이 책상 앞에서 음표를 붙잡고 작업한 것처럼 베토벤의 선율과 감정선을 따라 만들었다.

연주자들은 AI가 창작한 교향곡의 감정선이 일관되지 않고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음악가들과 대중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공지능의 창작물이 진정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간 음악가들의 더 깊은 참여와 예술성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인공지능이 음악의 창작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예술적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즈는 이렇게 적고 있단다. 사람이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을 AI가 완성해낸다? 그건 이니라고 본다. 그저 우리는 인간이기에 '미완' 그대로가 좋은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가 숨을 거둔다면 '미완성 교향곡'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겠다. 아름다운 선율이 퍼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환호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여운이 남는다. 그것이 예술이어도 좋고 신앙이나 학문이어도 좋다. 아니 그저 촌부의 농사나 채소를 키우는 일이나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 장인의 만두나 송편을 빚는 일, 혹은 가구나 옷을 만드는 일이어도 좋다.


그러나 끝없는 도전과 노력과 전진이 함께 할 때만 '미완'이라는 이름은 더 빛이 난다. 세상 사람들은 '완성'이나 '성공'이라는 이름을 더 좋아하지만, 나는 '미완'의 이름을 더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까 '미완'의 삶을 찬양하며 감사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걸 깨닫는다. 내 자화상 눈동자에 '우수'가 깃든 이유라고나 할까? '미완의 자화상'이라 이름 붙여보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도 '완성'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으니까 나의 '미완'은 '현재진행형'이라고나 할까? '미완'의 삶이라는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루고 싶은 '꿈'(분홍 원피스의 꿈보석)을 향해 빨간 장미꽃의 '열정'(허리벨트의 장미)으로 계속해서 꾸준히 달려가고 있다는 것은 참 신 나는 일이다.

※1. <자화상>(서순오, 4호, 아크릴화) : 눈동자에 우수가 깃든, 처음에 그린 내 자화상이다 / ※2. 컬러를 흑백으로 바꾸어본 내 자화상이다.
※3. <자화상>(서순오, 4호, 아크릴화) : 우수를 걷어내고 눈동자에 별빛을 가득 담아 수정한 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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