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구름길 걸어보고 싶다
제25좌~26좌 지리산 천왕봉, 가리왕산
제25좌 하늘 구름길 : 금무박 지리산 천왕봉(2020. 5. 23. 토)
금요일 밤 11시 신갈을 출발한 버스는 토요일 새벽 3시 지리산 백무동에 도착한다. 지리산 산행은 A코스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천왕봉 찍고 중산리까지 33km를 종주하는 이들이 있어서 B코스 백무동에서 장터목 지나 천왕봉 찍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13.7km를 택한 내게는 시간에 여유가 있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모두들 앞서가고 혼자 걷는 길이 고즈넉하다. 계곡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가 청아하다.
지리산에 연달래가 제법 피어 있다. 희귀한 나무, 이름 모를 야생화 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길이다. 세석으로 오르는 길보다는 편하다.
계곡을 따라 걷는 숲길이라 일출은 못 본다. 한참 오르니 저 멀리 능선과 운무가 장관이다. 날이 좋은데 아침이라 그런 것 같다.
처음 보는 꽃과 식물이 많다. 또 이름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연달래가 이쁘다. 아직 망울을 맺고 있는 게 더 색도 곱고 모양도 앙증맞다.
백무동을 출발해서 장터목에 도착했다. 세석으로 오르는 길보다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지만 길고 전망도 덜 좋다. 세석으로 오르는 길은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고, 세석평전의 전망과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인데 말이다.
장터목은 장이 섰다는 유래가 있는 곳이다. 장터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전망이 좋다. 신비로운 길이다. 이렇게 계속 걸으면 하늘나라에 도착할 것도 같다.
주목군락지에는 마른나무들이 서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나무들이다. 도굴꾼들이 벌목을 해가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다는 안내가 있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인증숏을 찍는다. 하얀 일자 구름이 하늘에 떠서 꼭 구름 고속도로인가 했는데, 왼쪽으로는 몽클몽클 수천 개의 솜구름이 겹겹이 포개져 정겨운 무늬를 수놓고 있다. 하늘 구름길 걸어보고 싶다. 저 길을 걸어가면 아마도 신선 나라나 동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제석봉 지나 천왕봉 가는 길은 고사목들이 많이 있지만 돌길은 운치가 있다. 구름도 돌길도 그림 그려보고 싶은 풍경이다.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걷노라니 그 웅장함이 느껴진다. 가는 길에 철쭉도 이름 모를 나무들도 너무나 예쁘다. 돌길 계단길 바윗길 철난간 길도 멋지다.
천왕봉 가는 길 나무와 길과 꽃들 사이로 천왕봉을 조망하며 걷는다. 아득하게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구름과 산 능선도 조망한다. 멋지다!
통천문을 지나간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사람들이 바위에 이름을 붙이는 게 재미나다.
지리산은 명산 중의 명산이다. 올 때마다 풍경이 색다르다. 지리산의 운무는 유명한데, 오늘처럼 쾌청한 날도 드물다. 새벽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오전 중에 천왕봉에 도착해서 덥지 않고 선선해서 좋다.
지리산은 벌써 3번째인데, 20대 때 1번, 지난해에 1번, 그리고 오늘 1번 산행한다. 20대 때는 운무 속에 가득한 모습을 담았고, 지난번엔 뿌연 안갯속 산행이었고, 이번 산행은 좀 '길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블야 100대 명산 25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오전 10시에 천왕봉에 도착하니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여유 있게 사진을 찍는다. 날씨가 딱 좋다.
하산 시간은 오후 5시인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천왕봉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고 노닐 노닐 한다. 서늘한 바람도 불어오고 살짝 추운 느낌도 든다. 하늘 아래 신선이 따로 없다.
하산길 초반은 급경사 데크길이다. 나는 내려가고 있는데, 올라오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자꾸 '정상까지 얼마 남았냐?'라고 물어보는데 힘들어 보인다.
한참 내려오니까 얼마 전 헬기 사고 현장이 보인다. 나무줄기가 통째로 부러져있다. 한참을 내려왔던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산행하다가 하늘까지 이어진 길로 걸어간다 해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산을 타다가 산에서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어차피 마지막에 한 번은 가야 할 길이니까. 이건 다분히 내 생각이다.
나도 작년에 이 길 내려오다가 거의 반 정도 내려와서는 미끄러져서 얼굴을 두 군데나 다쳐서 꿰맸다. 살짝 흉터가 남았는데 미간 쪽이라 세로로 난 주름인가 싶게 보인다. 비 내린 후 신발에 흙이 달라붙어서 살짝 미끄러졌는 데도 그랬다.
산행은 건강에 더없이 좋고, 산행 후 기분은 최고이지만, 항상 안전이 문제이다. 요번 산행은 다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계속 기도하면서 걷는다. 덕분에 안산 해서 다행이다.
하산길 연달래는 등산길 연달래보다 더욱 무리 지어 피어 있고 만개해서 이쁘다. 희귀한 나무 시닥나무도 담아본다. 새로운 식물과 나무들과의 만남도 좋다.
천왕봉이 한눈에 가까이 조망되는 지점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번 지리산 산행은 평소보다 산행 강도를 높여서 그런지 '길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하산길이 길다. 로터리 쉼터에서 다들 순두류 목장터 쪽으로 하산해서 버스 타고 집결지로 간다는데, 나는 이전에 안 가본 다른 코스를 걸어보고 싶어서 우리 산행 일정대로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쪽으로 내려온다. 새소리 계곡 물소리 정겹지만 참 길다. 그 거리만도 3.3km니까 거의 팔봉산 거리만큼 되는 셈이다. 휴!
오늘 지리산 천왕봉 산행은 총 13.7km, 11시간(점심시간, 쉬는 시간 포함)이다. 하산 완료하니 3시다. 30여 분 동안 씻고 여벌 옷 갈아입고, 종주팀 다 내려올 때까지 1시간 30분을 기다린다. 버스는 오후 5시 정각에 귀갓길에 오른다. 집 도착하니 9시다. 너무 많이 걸어서 무릎이 좀 뻐근하지만 냉수욕을 하고 나니 괜찮다.
제26좌 천연의 이끼계곡 : 정선 가리왕산(2020. 5. 30. 토)
정선 가리왕산은 지난번에 한 번 왔다가 우중산행을 했는데 산악회 버스를 놓쳐서 고생을 좀 했던 곳이다.
날씨도 좋고 숲이 우거져 여름 산행으로는 최고의 장소인 가리왕산을 제대로 누린다.
총 12km, 6시간 30분 산행을 걸음이 느린 세 사람이 함께 했다.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점심도 같이 먹고 도란도란 올라가고 내려오니 참 재미가 있다.
가리왕산 이끼계곡 숲길은 원시림이 우거져 산행 내내 햇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원스럽게 콸콸 흐르는 계곡 물소리, 쪼로롱 포로롱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 그늘이 덮인 초록 숲길을 걷는다.
야생화가 여기저기 만발해 있다. 꽃 이름 공부를 열심히 하는 데도 이 꽃이 그 꽃인가 선뜻 이름 부르는 게 잘 안 된다. 일단 꽃 사진부터 찍고 이따 저녁에 꽃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이끼계곡과 희귀한 식물들을 담다 보니 어느새 계곡길이 끝나가나 싶다. 그래도 계속 오름길이라 힘들다. 하긴 산을 오를 때는 어느 산이나 힘들다. 험한 산이든 그렇지 않은 산이든 오름길에서는 힘들다.
가리왕산은 오름길보다 하산할 때 내리막길이 훨씬 더 길어서 지루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바위와 나무와 초록 이끼와 하얀 계곡 물소리의 조화가 싱그럽다. 응달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이 지나야 저리 바위와 나무를 온통 덮을 만큼 이끼가 자랄까 궁금하다. 그저 쓱 산행길에 스쳐 지나가기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이끼 무리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하루 온종일 이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끼계곡이 끝나니 급경사 바윗길, 나무뿌리길, 로프 길이 나온다. 한참을 헉헉대며 오르니 제법 넓은 임도길이 나온다. 자전거 타는 이들은 이 길을 이용하겠다 싶다. 오름길에도 임돗길에도 너무나 이쁜 야생화가 피어 있어 사진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높이 오를수록 희귀한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가리왕산에 유명한 주목이 있어서 이름표를 단 나무를 찾는데 거의 정상 다 가서 있다.
주목을 찾는다고 나무들을 눈여겨보니 의외로 사랑나무라 불리는 연리지가 많다. 밑동에서부터 두 나무가 엉겨서 하나가 된 것도 있고 한참 뻗어 오른 후에 하나가 된 것도 있다.
정상에 가까이 오니 연달래가 우릴 반긴다. 드디어 주목도 찾았다. 주목에서 인증숏 찍고 부지런히 오른다. 하늘이 정말 맑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만발한 꽃들, 정상의 화원에는 온갖 꽃들이 잔치 중이다. 연달래는 아직 망울을 맺고 있는 게 많다.
가리왕산 정상의 화원이 신비롭다. 정상을 약 200m 남겨두고 꽃길이 펼쳐진다. 레드카펫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꽃길 인사는 못 들어봤는데 마치 고된 오름길 다 마치고 정상에 들어서는 우리 모두를 환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가리왕산 정상에서 100대 명산 26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이전에 우중산행을 했을 때는 운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맑아 하늘도 구름도 초록 능선도 그야말로 환상이다!
하산하는 길은 총 6.7km다. 약 30여 분 동안 점심 먹고 오후 2시에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4시 30분까지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매표소까지 가야 한다. 가능하면 사진은 조금만 찍고 부지런히 시간에 대어가기로 한다. 내리막길은 제법 잘 걸으니까 2시간 30분이면 가능하겠다 싶다. 셋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내려온다. 하산길 숲길도 좋다.
하산은 정말로 휘리릭 내려온다. 2시간 30분 만에 하산해서 씻고 여벌 옷도 갈아입는다. 8시 정도면 집에 도착하겠다.
좌 : 지리산 천왕봉 / 우 : 가리왕산 이끼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