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설악산이다!

제27좌~제31좌 설악산, 신불산, 월악산, 화악산, 가야산(서산)

by 서순오

제27좌 시 설악산이다! : 속초 설악산(2020.6.6. 토)


지리산 대청봉과 공룡능선은 20대 시절에 한번 산행한 적이 있다. 총 25km라 엄두가 안 나서 대청봉만 타고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하고, 공룡능선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나는 B코스 총 20km를 탈 예정이다. 시간은 대청봉+공룡능선 종주팀이 있어 총 14시간 주어진다. 내 보폭으로는 아마도 12시간(점심 쉬는 시간 포함)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새벽 3시부터 산행은 시작되어 오후 5시 30분에 마감을 한다. 시간상으로는 넉넉하기에 쉬엄쉬엄 걸으려고 한다.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설악산 어디에선가 일출을 볼 수는 있겠다.


달빛 받으며 헤드라이트를 켜고 설악산을 오른다.


아침 5시 11분 한계령 삼거리에서 본 일출풍경이다. 해가 조그맣게 조금씩 올라온다. 처음에는 빨간 유리구슬같다. 점점 커지지만 그리 많이 커지지는 않는다.


갈길이 바빠 열심히 길을 재촉한다.

소청, 중청, 대청봉, 그리고 천불동 계곡을 지나야 한다.


해가 뜨자 한계령삼거리에서 기념사진 찍고 예쁜 꽃들도 담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출은 30여 분 기다려서 보고 간단하게 싸온 찐빵과 닭가슴살 소시지, 커피로 요기를 하고 계속 산을 오른다.


아침 햇빛을 받아 설악의 아침이 금빛으로 빛난다. 기암괴석 산봉우리들과 능선이 멋지다.


꽃이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데도 산에서 꽃을 보면 선뜻 그 이름이 안 떠오른다. 몇은 이름을 불러주고 몇은 이름을 못 불러준다.


젊은이 셋이서 바위를 성큼성큼 걸어서 위험한 바위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 나도 따라 올라가 본다. 아찔하다.


연달래는 산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있다. 아직 몽울을 떠트리지 않는 것도 있다. 올봄 산행하면서 연달래를 실컷 본다. 코스모스 꽃을 좋아하는 내가 어째 연달래가 좋아지려고 한다. 하긴 두 꽃이 닮은 데가 있다. 가녀린 게, 수줍은 게.


산에는 왜 돌이 많은 지 모르겠다.

기암괴석은 비바람 눈비에 오랜 세월 견뎌온 까닭이리라.


오늘 설악산은 운해가 장관이다. 처음에는 조금씩 일어나더니 나중에는 더 많이 일어나서 산봉우리 기암괴석들 사이를 누비며 흘러간다. 해가 뜨고 구름이 풀풀 날리며 일어나며 점점 온 산을 덮어간다.


끝청봉에서 인증샷을 또 찍었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쳤다. 오늘 설악산 등반은 인증장소가 5개나 된다고 미리 안내문을 읽었는 데도, 중청봉에서 찍는 건가 하다가 끝청봉 안내판만 찍고 지나친 것이다. 나는 공룡능선을 안탔기 때문에 마등령은 제외하고, 한계령 삼거리, 끝청봉, 대청봉, 희운각 대피소, 4군데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좀 아쉽다. 그렇지만 아쉬움을 남겨두어야 이 다음에 또 설악산을 오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산행 중 만나는 야생화는 참 귀하고 예쁘다. 깊은 산 속에 고요히 피어서 누가 찾아와 보아 주기를 기다리는 꽃들의 모습이 사뭇 기다림 같기도 하다.


끝청봉을 지나니 운해가 점점 더 일어난다. 중청 대피소, 대청봉이 시원하게 조망이 된다. 정말 우리나라 그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설악산을 최고의 산으로 꼽는 모양이다.


중청 대피소에 이르니 운해가 마구마구 피어 오른다. 기암괴석 사이 사이로 풀풀 날리며 퍼져간다. 신비롭다.

누군가 옆에서 그런다.

"신선들이 피우는 담배연기네" 신선들은 담배를 무지 좋아한다나 뭐~.


내가 옆에서

"진짜요?"

하니까 어물어물해버린다.


'나라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저 기암괴석 산봉우리 마을에 사는 이들이 구름길을 타고 이웃집에 놀러가는 건 아닌지, 아님 마을에 큰 축제가 벌어지는 건 아닌지~.


저 구름길을 나도 걸어보고 싶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100대 명산 27번째 인증샷을 찍는다.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 어찌나 줄이 긴지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대청봉 정상석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겠다.


그냥 옆에서 사진을 찍고 가기로 한다.


참, 끝청봉 바로 아래서부터 나와 보폭이 맞는 분과 동행을 했는데, 그분은 설악산을 20여 번 정도는 와 보셨단다. 경험을 통해 하시는 말씀이 정상에서 더 지체하면 서울 가는 산악회 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고, 천불동 계곡 내려가는 거 만만치 않다고, 어찌나 겁을 주시는 지, 선글라스도 못 꺼내고, 옆에서 정상석 인증샷 찍는 이들 자리 바꿀 때 막간을 이용해서 겨우 사진을 찍는다.


대청봉 정상에서 보니 운해와 주변조망이 더없이 좋다. 동영상도 찍고 부랴부랴 회운각대피소로 향한다.


거기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천불동 계곡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에 비경이 펼쳐진다.


천불동 계곡은 계속해서 비경이 이어지는데 갈 길이 바빠 사진을 조금만 찍기로 한다. 수정같이 맑은 물,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소리, 아쉽지만 그냥 마음에 귀에 눈에 담고 지나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천불동 계곡은 천상의 신선이나 선녀들이 내려와서 쉬어가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담긴 곳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명경지수가 일반 사람이라도 그 풍경 속에 들어가면 그대로 신선을 만들 것도 같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산행하는 이들이 여기저기 계곡에 발을 담그고 쉬어간다. 우리도 쉬어갈까 하다가 그냥 간다. 버스가 있는 곳까지 가서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싸온 저녁도시락도 먹어야 하고, 씻고 여벌옷도 갈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소공원까지 내려가 버스를 타고 C지구 상가지역에 내리니 오후 4시다. 5시 30분까지 공룡능선 타는 이들을 기다려야 한다. 서둘러서 그런지 여유있는 안전한 산행이 되었다. 감사하다.


제28좌 영남 알프스에서 또 알바 : 울주 신불산(2020. 6. 13. 토)


일기예보는 오늘 하루 종일 비 소식이 있었지만 날씨는 최고로 좋다. 덥지도 않고 시원하고 운무가 장관이라 일부러 이런 날 고르려 해도 어렵다고들 하며 넋을 잃고 풍경 속에 빠져든다.

오전 11시 울주에 도착해서 배내봉+간월산+신불산 연계 산행을 한다. 그동안 훈련을 해서 그런지 산행은 할 만하다. 총 13km, 6시간 산행이다.

지난번에 함께 했던 시에나님 오늘 만나 동행한다. 나보다 젊어서 그런지 그새 엄청 빨라졌다. 매주 토요일 산행하는 건 나랑 똑같다. 오손도손 재미나다.

참, 영남알프스 9개 봉우리 인증하는 게 있다는데, 우리는 오늘 2개 인증한다. 그런데 이정표를 보고는 간월산 봉우리인 줄 알고 막 세모 모양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랬다. (영알 인증은 정상에서 손으로 세모 모양을 하고 사잔 찍는 미션이 있다.) 우리가 생각해봐도 우습다. 조금 더 가니까 진짜 봉우리가 나오는데 말이다. 사진 찍고는 거기서 잠시 쉬면서 사과와 시루떡 간식을 먹는다.

숲길은 나무가 우거진 동굴 길 같다. 폴폴 날리는 운무와 초록숲을 가르며 걷는다. 신선이 따로 없다.

드디어 간월산 정상석에서 영남알프스 첫 번째 인증숏 찍고 밀려오는 운무 구경을 한다. 저 밑으로 간월재까지는 자동차가 올라온다는데 운무 사이로 길이 보인다.

짝꿍이 그런다. 나랑 같이 다니면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사진 찍는 거 워낙 좋아해서다. 그래도 남는 건 사진이니까 괜찮다.

간월재 내려가기 전에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는다. 벌써 시간이 1시 30분이 되었다. 어째 배꼽시계가 난리 더라니. 운무 구경하느라 밥 먹다 말고 또 사진을 찍어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이 장관인데, 사라지기 전에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한다. 물론 눈에 마음에 담지만 말이다.

간월재 휴게소와 신불산 봉우리가 조망되는 전망대에서 조금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또 부지런히 신불산을 향해 걷는다. 나무데크길에 야생화들이 예쁘다. 벌레도 한컷 찍어본다.

신불산 정상은 멀다. 곧이려니 했는데 가도 가도 정상이 안 보인다. 데크길 바위길 오름길 이어지다가 편안한 길도 나온다.

짝꿍은 벌써 가인 대장님 일행을 따라가고, 나는 또 혼자 걷는다. 내 뒤로도 아직 함께 온 일행이 더 있어서 조금은 안심하고 자유롭게 걷는다.

신불산 정상에서 100대 명산 27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영남알프스 두 번째 인증숏도 찍는다.

하산은 칼바위 능선으로 한다. 나는 우회로를 선택한다. 또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무리는 금물이다.

그렇지만 조망이 얼마나 좋은지 여기서도 저기서도 포즈를 취해본다. 리딩 대장님 사진도 한 장 찍어드린다. 산에서는 모두가 다 친구이다.

칼바위 능선 공룡능선 지나서는 짝꿍이 이정표대로 안 가고 리딩 대장님 가신 길이라며 다른 길을 안내한다. 따라가 보니 지름길인 것 같긴 한데 급경사길이고 사람이 많이 다닌 길이 아니다. 짝꿍은 재밌다 재밌다 하면서 걷는다. 길이 젖어있고 바위도 많고 젖은 낙엽도 많아 위험한데 말이다.

처음엔 따라 내려가다가 두 번째는 안 따라 내려가고 조금 편한 길을 찾는다. 다행히 몽골 원정 산행을 앞두고 훈련차 부산에서 혼자 오셨다는 분이 내 뒤에 오고 있어서 동행을 해주어 안전하게 잘 내려온다.

하산 완료 시간은 오후 5시인데 우리는 조금 다른 길로 내려와서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아직 안 내려온 분들이 있어서 급히 화장실로 가서 씻고 여벌 옷으로 갈아입는다. 참 뿌듯하고 개운하다.



제29좌 계단 천국과 그림 같은 충주호 : 제천 월악산(020. 6. 20. 토)


월악산도 '악'자가 붙은 산이라 만만치 않다. 초반부터 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름길 오름길, 일행 중 한 분은 컨디션이 안 좋다며 오르자마자 내려온다. 차에서 쉬면서 우리가 하산하는 시간까지 기다린단다.

가인 대장님은 여자분인데, 지난주 신불산 산행에도 함께 했고, 섬&산 할 때도 한번 함께 했던 분이라 잘 챙겨주신다.

1년 만에 100대 명산 완등(아마 가을쯤)하신다는 여자분이랑 영봉 등산로 입구에서 기념샷 한컷 찍고 부지런히 오른다.

월악산은 총 12km인데, 오전 9시 30분 오르기 시작해서 오후 4시 하산이라 총 5시간 30분이 주어졌다.

시루떡바위 지나 데크길 부지런히 오르니 충주호 조망이 멋지다. 감탄을 하며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제법 더운 날씬데 산에서는 숲이 우거져 하나도 안 덥고 시원하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길이 촉촉하니 지열도 없어서 산행하기 딱 좋다. 약간 미끄러운 건 있지만 스틱을 짚고 조심조심 걸으니 괜찮다.

산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바다는 정말 멋지다. 산과 호수, 산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산만 호수만 바다만 있는 것보다 훨씬 장관이다. 산 사이 굽이굽이 어떻게 저런 물길이 생겨났을까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월악산은 바위산 위에 떠 있는 달의 모습이 장관이어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야간 산행도 참 좋겠다 싶다. 월악산 전망대나 영봉에서 바라보는 달의 모습이나 충주호로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산악회가 아닌 개별 산행을 와야 할 텐데 기회가 주어지려나 모르겠다.

중봉 가는 길에 다리가 있어서 인증숏 찍고 간다. 중간에 대장님한테 전화가 와서 어디까지 왔냐고 물으신다. 하봉, 중봉, 영봉 3개의 봉우리를 지나는 거라고 한다.

하봉은 언제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하봉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중봉은 팻말도 없고 손글씨로 이정표에 표시를 해놓았다.

오름길 길다. 데크길 무지 많다. 계단 천국이다. 돌길 바윗길도 많다. 대장님이 체력 안배 잘하라고 했는데 걷다 보니 힘들다. 이온음료도 먹어가며 쉬엄쉬엄 걷는다. 다들 어찌나 빠른지 오늘도 후미다.

월악산에서 100대 명산 28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꽃 이름 공부를 하고 있어서 야생화도 담는다. 산에서 꽃을 보면 이름이 생각날 듯 생각날 듯하다가 안 떠오른다.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영봉에서 점심을 먹고, 옆 짝꿍이 하산길에 동행을 해준단다. 마라톤을 한 적이 있다는데 등산화도 여름 샌들 같은 걸 신고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고도 걸음이 빠르다.

리딩 대장님과 일행 몇 분은 먼저 내려가고 내가 밥을 다 먹은 후 주변 조망도 좀 하고 둘이서 천천히 내려온다. 하산길도 계단이 많다. 돌이 많은 너덜길에서는 빨리 내려오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예쁜 길도 있다.

하산하니 맑은 계곡이 보인다. 내려가서 씻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해 그냥 내려온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있는 곳 도착해서 얼굴을 씻고 여벌 옷을 갈아입는다. 그 정도로도 개운하다.



30좌 야생화와 조무락골 : 가평 화악산(2020. 7. 18. 토)


오랜만에 여고 친구랑 토산에서 화악산+조무락골 산행을 한다. 골바람 대장님 리딩이신데 늘 거친 길로 가신다. 그런데 오늘은 좀 쉬운 코스로 진행할 거라고 해서 친구한테 함께 가자고 한다. 마침 친구가 시간이 나서 얼굴도 보고 함께한다.

가평역에서 화악터널까지 버스로 이동해서 준비 운동하고 출발하는데 처음부터 오름길이다.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다. 꽃을 보며 걷는다.

오름길 끝나니 도로길 임도가 나온다. 이곳에서 야생화 사진 찍는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정말 보기 드문 야생화들이 많다. 꽃 사진 찍느라 자꾸만 걸음이 느려진다.

꽃 이름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 데도 꽃만 보면 말문이 막힌다. 떠오를 듯 떠오를 듯하다가 결국 이름을 못 불러주는 꽃이 많다

임돗길은 평일에는 승용차로 오를 수도 있다고 한다. 중봉 200m 지점까지 말이다.

임돗길을 걷다 보니 운무가 낀다. 산 전체가 운무 속에 잠긴다. 운무를 배경으로 서본다.

운무 속 1,400m 고지에서 점심을 먹는다. 시원하다. 조금 추운 듯도 해서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는다. 두루두루 맛있는 걸 싸왔다. 나도 아침에 열심히 만든 춘천 닭갈비와 조림 고추볶음을 내놓는다. 산행에서 이 시간이 제일 즐거운 시간일 수도 있다.

중봉까지 오르는 200m는 가파르고 암릉이고 로프 길이고 쉽지 않다.

골바람 대장님 하시는 말씀이

'그럼 정상을 그냥 오르려고 했냐?'

'이것도 안 오르고'

이 말이 생략된 거다.

그건 그렇다. 그래도 금방 중봉에 오른다. 화악산 중봉에서 100대 명산 29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친구와 함께 사진도 남긴다.

중봉 정상 찍고 내려오는 길은 정말 길이 안 좋다. 급경사인 데다 젖은 흙길이라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내려온다. 한 번 알바도 한다. 약 150m 정도 숲이 우거진 길인데 꼭 원시림 같다. 어째 너무 거친 길이다 싶었는데, 선두팀과 전화통화를 해보니 그 길이 아니란다. 다시 뒤돌아서 내려가는데 정말 길다. 하산길만 총 7km란다. 2km쯤 내려가니 조무락골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골바람 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숲 속에 감추어진 폭포를 두 군데나 보여 주신다. 우렁차게 흐른다. 시원하다. 동영상도 찍고, 인증숏도 찍고, 손만 씻고 내려간다.

아직도 5km를 더 가야 한단다. 그러면 그렇지. 거친 야생마 같은 골바람 대장님 리딩이니 정상 오름길 짧고 쉽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다. 다행히 폭포에서부터는 계곡길이라 돌은 좀 있지만 평지길이라 걷기는 괜찮다

함께 간 친구는 등산화를 새로 사서 발 아플까 봐 못 신고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애를 먹었단다. 나도 한 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래도 안 다치고 무사히 조무락골 폭포까지 내려왔으니 감사하다. 화악산이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더니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조무락골 계곡 물소리와 야생화를 보며 걷노라니 어느새 삼팔교가 가까워진다. 가평역으로 태워다 줄 버스가 거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단다.

토산님들은 가평역 맛집으로 닭갈비 먹으러 가고, 친구와 나는 그냥 집으로 온다. 가평역에서 집까지 자그마치 3시간 30분이나 걸릴 예정이어서다. 지하철 2번 환승, 버스도 2번 환승해야 한다. 토산님들과의 산행은 가족같이 친근하고 좋은데 이게 문제이다. 집결지가 너무 멀고 돌아오는 길도 멀어서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4년 전 처음 산행을 다시 시작했을 때, 거의 4개월 동안을 한 주도 쉬지 않고 매주 토요일마다 토산에서 산행을 했다. 그러니 내게 산행을 가르쳐준 고마운 곳이 바로 토산이다. 선두, 후미 잘 이끌어주고, 정겹게 재미나게 안전하게 리딩 해주었다. 그래서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가끔은 토산 산행에 참여해볼 예정이다. 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으리라.



제31좌 1일2산도 타면서 운무 속 신선 나라 : 서산 가야산+팔봉산(2020. 8. 28. 토)


오늘도 날씨가 너무 덥지만 않으면 1일 2산을 찍어봐야겠다. 서산 가야산+팔봉산 둘 다 타도 약 13km 정도니까 잘하면 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스 탑승 장소로 가는데 길에 웬 눈이 왔나 싶었다. 하얗게 한쪽에만 눈이 올리는 없는데,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보도블록 교체하고 돌가루를 뿌려놓아서 그렇단다.

'그럼 그렇지! 한 여름 폭염에 눈이 올리가? 설사 왔다 해도 벌써 녹았을 걸!'

그래도 하얀 길을 걷는 기분은 썩 괜찮다. 버스를 기다리며 하늘 위 해도 찍어본다. 7시 30분 탑승이라 해가 벌써 저만치 올라왔다.

가아산 날씨는 운무 가득하다. 비는 안 오고 선선하다. 습도가 있어서 땀은 좀 나지 걷기가 괜찮다. 바람도 조금씩 불고 계곡 물소리에 새소리도 청아하다.

임돗길 끝나고 가야산으로 접어드니 조그만 저수지와 운무 가득한 가야산이 멋들어지게 잘 어울린다. 계곡물이 시원하다. 정자 쉼터도 있어서 쉬어가고 싶지만 오늘도 갈길이 멀어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늘 그렇듯이 이쁜 꽃들을 담으면서 간다.

가야산은 걷기가 좋다. 초록숲길, 돌길, 바윗길, 그리고 적당한 오름길, 가파른 오름길, 변화가 있다. 마지막 부분은 아주 가파르지만 오를만하다. 정상이 다가오니까 어디선가 닭울음소리가 들린다. 헬기장 쪽인 것 같은데 그곳은 오늘 우리들의 산행로가 아니라서 그저 궁금해하며 걷는다.

'높은 산중에 웬 우렁찬 닭울음소리?'

정상을 바로 코앞에 두고 다시 운무가 산을 가득 메운다. 운무 속 산행도 나름 운치가 있다.

가야산 정상에서 100대 명산 30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운무는 가득해도 날씨는 선선하니 좋다.

정상에서 좋은여님과 함께 간단하게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원점회귀로 내려갈 거라서 올라간 길로 도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석문봉 가는 길로 하산하기로 한다. 조금 더 멀지만 급경사가 아니라서 좋다. 둘이서 도란도란 재미나다.

가야산에 운무가 많이 끼여서 운무를 배경으로 서본다. 비가 가볍게 한 차례 뿌려서 우비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한다.

올라갈 때와는 다른 길로 내려오니 길이 좋다. 1시간 30분 만에 휙 내려온다. 시간이 30여 분이 남는다. 야생화 두루두루 담고 여유가 있다.

가야산에서 버스 타고 팔봉산으로 이동, 50여분 걸렸다. 이제 3시간 만에 팔봉산 봉우리를 찍어야 하는데, 슬슬 꾀가 난다. 안 오르고 쉬다 가고 싶다.

리딩 대장님 하시는 말씀이 3봉이 인증 장소니 거기까지 갔다가 원점 회귀해도 좋단다.

"옳거니!"

나와 오늘의 짝꿍은 3봉까지만 가기로 한다. 산은 그 어디로 올라갔다 내려오든 다 되는 거니까 상관없다.

팔봉산은 바위산이다. 8개 봉우리마다 우람한 기암괴석들이 있는데 거기에 제1봉부터 제8봉까지 봉우리 표지석이 있단다.

팔봉산에 오니 운무가 더 짙어진다. 몸은 힘든데, 완전 무릉도원을 거니는 듯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팔봉산에서 텐트를 쳐놓고 야영하는 이들이 있다. 헬기장과 정자쉼터에 텐트를 쳐서 비가 와도 안전해 보인다. 텐트 위로 빗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운무, 일출과 일몰, 바위산에서 맞이하는 색다름이 있겠다.

울 아이들 어렸을 때는 우리도 그런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이 난다.

운무 속 숲길에서 전문 사진작가인 듯한 분이 길쭉한 렌즈가 달린 커다란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고 있다.

"멋져! 음, 멋져!"

이러면서.

그래서 나도 한 컷 부탁을 드린다. 물론 내 핸드폰으로! 그래서 나도 운무 속 숲길 풍경을 찾아본다. 사진을 찍고 보니 어째 내가 찾은 풍경이 더 멋진 것 같다. ㅎㅎ. 이런저런 재미가 있는 팔봉산 산행이다.

운무 폴폴 날리는 신불산 가는 길 간월재 풍경
월악산 계단 천국
화악산 양생화와 조무락골
서산 팔봉산 운무 속 신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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